싸락눈 / 김형구
네 귀퉁이 떼어먹고 남은
고사떡 닮은
회나무재 자갈논
신작로
박수무당 손에 끌려
열네 살 분이는
팥고물 눈물 흘리며
뒤돌아보고
되돌아보고
멀리 무당길을 떠났다
동네마루
지팡이 몸 기대고 배웅 나온
당집 무당할미
굽은 등 위로 하얗게 싸락눈이 내렸다
어여
어여 가
힘없는 손짓에 당산나무가 운다
신열神熱올라 밤새 앓던 날
분이는 젖가슴 칭칭 동여매고
시퍼런 작두 위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고
난, 식은땀에 젖어
어지러운 몸 일으켜
방문 열 때면
어김없이 안마당에는
쌀점보는
신미神米같은 싸락눈이
하얗게 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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