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을 들어서니 푸주 같다.
푸줏간으로 불리던 정육점 분위기다. 심하게 말하면 도살장 같다.
온통 내장이 드러나고 벗겨진 가축 닭, 돼지, 소가 벽에 매달려 있다
그런데 조금 더 그림을 자세히 보면 닭인 것 같은데 닭이 아니다.
닭에 인간의 모습이 투영된 기형의 모습이다.
여기에 작가의 의도가 있어 보인다.
가축과 인간이 합성된 이미지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왜 이렇게 그렸을까?
그저 민낯으로 이미지 읽어내기에도 벅찬 나에게 당장 달려드는 질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가축과 인간을 동일시한 시선이다
그저 쉽게
'인간, 니들 얼마나 잘났어. 니들도 저 갈고리에 걸린 가축들과 뭐가 달라!' 하는 것 같다.'
가죽이 벗겨진 징그러운 몸뚱이는 어쩜 반항하지 못하고 사라진
뭇 생명의 마지막 증명사진이다.
처절한 몸짓이 녹아있고 곧 뱃속으로 사라질 존재가 눈앞에 화석처럼 굳어 있다.
작가는 가축과 인간이 합성된 이미지를 그려 이 세상의 맨살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보는 이에 따라 인간의 이기적인 잔인성, 가축의 존재이유, 자본의 논리, 생명경시 등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직구같은 그림에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언어로 굳이 그림을 해석하는 우를 범하기 싫다.
내 눈에는 그저 한마디로 인간의 욕망이 드러나 보이는 전시다.
이것만으로도 작가의 전시는 이미 성공적이다
-김재홍 전을 보고-
김 재홍 전
인사동 나무화랑
2018년 2월 21일 -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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