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앞두니 걱정이 태산이다
더군다나 이번 전시장은 현역 고수들의 놀이터 인사동 나무화랑이다.
그동안 되지도 않는 그림으로 소소한 그룹전이며
나름 개인전 초대전도 한 두 차례 치렀다
늘 부족한 것을 알았지만 겁먹지 않았다
그저 보여주는 자체를 즐기고 난 여기까지라며 합리화했다
한마디로 하룻강아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좋은 작가를 만나고 감동의 작품을 대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내 자신이 참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 이유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첫째, 축적된 시간의 공력이 부족했다
그림만 그리며 생활하고 싶었다. 하지만 화가로만 살아간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가정을 꾸미고 생업에 몰두하느라 놓친 시간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힘들게 어려움을 견디며 살아온 선배 동료 작가들을 보면
그야말로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둘째,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나름 그림은 배우는 게 아니라 터득하는 것이라 우기며 살았다.
수많은 미술관, 박물관을 스승삼아 돌고 책도 나름 읽었지만
아직도 세상을 모르고 미술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백년 이백년 전 선배들 작품 흉내만 내고 있다.
셋째, 하루 중 그림을 생각하거나 그리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직장인이나 노동자들도 하루 8시간 이상 일해야 인정받고 월급을 수령한다.
더군다나 자영업자, 사업가들은 자신들의 사업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지 않는가.
과연 나는 하루에 몇시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유했으며
뜨겁게 작업에 매진했단 말인가?
넷째, 왜 그림을 그리나?
이 질문을 얼마나 제대로 품어봤는가. 부족했다 그러니 답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가끔 그림이 세상을 향한 질문이며 그 대답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면 난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부끄럽고 부끄러울 뿐이다.
들풀이 어느새 훌쩍 커 꽃자랑이 한창이다.
민들레, 애기똥풀이 노란꽃을 달았고 지칭개가 연보라빛 색봉오리를 막 터뜨리고 있다.
더 자세히 보면 보일듯 말 듯한 꽃마리며 별꽃도 낮게 피어있다.
조금 있으면 아까시나무가 향기를 풍길 것이며 등나무도 푸른 꽃을 주렴처럼 달 것이다
작으면 작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자신을 드러낸다.
나 좀 봐 달라고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온몸으로 자랑한다. 참 용감하다
들풀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전시를 앞두고 또 멋진 변명거리를 찾았다.
'그래 생명은 자랑질이 본능이야'
그래 부끄럽지만 보여주자.
.
'아프다! ?' 칡뫼 김구 개인전
인사동 나무아트
2018년 6월 6일-6월 19일
애기똥풀
지칭개
5월 신록
자화상 화선지수묵담채색
122x80cm 칡뫼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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