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덕수궁 국현에서 변월용 전을 보았었다. 소련에서 활동한 고려인 화가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표현에 능한 작가라 관심이 있었다. 더군다나 평양에서 체류할 때 그렸던 한반도 전쟁과 분단에 관한 그의 시선도 볼 수 있어 신선했다.
많은 인물화가 있었는데 남에서 북으로 간 인사들의 초상도 눈길을 끌었지만 함께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판문점 휴전 회담장을 그린 작품이었다.
사실적인 묘사로 원탁과 사각탁자가 놓여 있고 늘어선 의자와 탁자 위에 놓인 외국국기 등 잘 정돈된 판문점 회담장 모습이었다.
분단을 만들어 냈던 공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유화 한 점이었지만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되려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이번 나무화랑에서 열렸던 무장지대 전에서는 참여작가 나름의 시선으로 분단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제목처럼 역설적으로 휴전선 공간 비무장지대 외에는 모두 무장지대다. 어쩜 남한 전체 북한 전체가 각각의 이념으로 무장되어 있는 공간인 것이다. 분단된 국토와 휴전 상태는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사유했을 문제다. 우리가 그 현실 속 존재이기 때문이다
참여 작가들이 분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했다. 역사적인 시선, 분단이 보여 주는 풍경의 역설, 현실 속에 녹아 있는 분단의 아픔, 분단 공간이 품은 내면의 문제 등 보는 이의 경험치에 따라 작품감상은 다채롭게 펼쳐지기에 충분했다.
그중 내 눈을 사로잡은 작품은 이태호 작가의 '분단풍경'이었다. 일종의 설치작품으로 책상 위에 그어진 분단선, 그 아래위 놓인 경계초소가 우리 국토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그리고 그 현장에 놓인 사물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잘려 있다. 시계, 책, 가족사진, 족보, 밥그릇 등등이다.
분단은 표피적인 갈라짐이 아니다. 슬프게도 가족, 부모 형제 집안의 뿌리와 줄기 그리고 공유했던 추억, 역사, 학문, 지식뿐이 아니라 우리들의 시간까지 나누고 있는 것이다.
책상 위에 펼쳐놓은 일종의 기호랄까 작가가 제시한 기표에서 그것을 읽을 수 있다. 수많은 상념이 일어난다.
작품 이미지는 순간 바라보면서 와닿는 느낌과 감성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작가의 의도가 보이고 그다음 자신의 전이해와 충돌하는 사유의 변주곡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자유다. 이것이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바른 방법이라 생각한다.
사유가 부족한 시대 그나마 예술전반이
그 몫을 당당하고 있지 싶다.
그런 면에서 이태호 작가의 '분단풍경'은
작품 하나로 구체적인 분단 문장 여러 줄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작품이다. 한 줄 한 줄 읽는 맛이 있다.
글도 그림도 여러 문장이 엮어지면 서사가 된다.
ㆍ
ㆍ
칡뫼 무장지대 전을 보고
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