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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칡뫼 2024. 10. 13. 10:24



한강은 백두대간에서 발원해 수많은 물줄기를 담아 흐른다. 못도 있고 소도 있고 여울목도 많은데 이 갈래 저 갈래
모두 아우르며 양수리에 다다른다. 이때쯤이면 나름 물길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뒤로 강은 복잡한 동네 서울을 끼고돌지만 조용하고 차분하게 흐른다. 곧 김포평야를 어루만지고 너른 바다를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김포 작업실로 출퇴근을 하게 되니 오며 가며 한강을 바라보게 된다. 한여름 장마철에는 황톳물이 바다처럼 되기도 하고 수량이 적은 가을에는 물새들이 놀기 좋은 모래뻘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유장하게 흐르던 한강이 한번 고꾸라지는 곳이 있는데 바로 전류리 포구다. 이제 이곳은 접경지대가 가깝다 보니 한강하구의 마지막 포구가 되고 말았다.

이런 물 뒤집히는 현상은 바닷물이 밀물일 때 일어난다. 하루 두 번씩인데 모두 달님의 장난 때문이다. 바다로 가려는 강물과 치미는 바닷물이 부딪치는 곳, 그래서 뒤집어질 전顚 물 흐를流 전류리다. 고향동네이다 보니 이 모습을 자주보곤 했는데 물이 뒤집힐 때는 거품과 소용돌이가 일고 물이 요동치며 물살의 흐름도 빠르다. 역류의 현장이다.

난 이 모습을 보며 가끔은 세상을 빗대어 보곤 했다. 선배들처럼 자연현상을 보고 세상 배우기다. 예를 들면 막판에 이르러 다 되었다 싶은 일도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번 대선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편 잘 나갈 때 늘 경계하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인다. 한강은 조금 더 내려가면 교하에서 또 다른 강 임진강을 만나니 말이다. 강으로서는 낯선 친구를 만나는 격이 된다. 물론 둘은 이내 어울려 조강을 만들고 염하鹽河로 흘러간다. 이제 바다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한강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바라보며 또 다른 해석을 하게 된다.
바닷물이 한강을 만나러 달려와 반갑게 포옹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바다가 걸어 나와 강을 영접한다. 이는 곧 세상이 한강을 환영했다는 말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상은 오래도록 흘러내려온
우리 문화 역사의 승리다. 켜켜이 쌓아 놓았던 많고 많은 사연의 승리다. 이제 한강은 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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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전류리 해돋이
2011년 1월1일
칡뫼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