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찬바람이 씽씽 불면 전봇대에 힘겹게 몸 걸친 전기줄은 휘이잉-휘이이이 하며
기이한 신음소리를 냈고
어린아이였던 나는 여름 벼락,천둥소리와 더불어 겨울 바람소리는
무서움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곤 했었죠
가끔은 북풍한설에 나무가지 "딱-"하고 부러지던 동지달-
집 뒤 지붕 처마섶에 둥지틀은 참새 몸을 더욱 더 움추리고
솜이불을 얼굴까지 덮고 가는 줄무늬가 그려진 누런내복 입은 몸은
아무리 움추려도 겨울 추위는 이내 몸을 파고 들었고
방 윗목에 놓인 걸레는 얼어 돌덩이 되던 겨울밤
추위에 군불때러 살며시 부엌에 나가 아궁이 장작 몇덩이 넣고 들어오시던 할아버지
창호지 바른 창이 눈부셔 늦잠잤나 하고 일어나 보면
밤새 하얀눈이 내려 장독대며 마당이며 지붕이며 온통 쌀가루 뿌려 놓은듯 -
눈이 소담스레 내려 쌓이고 밤새 불던 바람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버리고
햇빛은 눈부시게 이 세상을 비추어 흰색의 아름다운 감동을 그 자체로 보여줬던 눈 온날 풍경.
마음이 들떠 집밖으로 나온 아이는 눈부터 찡그립니다
더운여름에 겨울풍경을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
마침 몇해 전 그렸던 겨울풍경이 있어 올려 봅니다-
10 여년간 삶의 질곡으로 손 놓았던 그림 다시 그리려
무딘 감각을 풀어보려고 그렸던 습작중 하나입니다-
경기도 김포 군하리에서 대명리로 가는길인데
이 그림을 그린지 몇달 뒤에 다시 가보니 큰 길이나서
실제 이 경치는 사라졌답니다
이 더운 여름 잠시 시원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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