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굼뜨고 생각도 날렵하지 못하다. 새벽에 내려와 차례 모시고 조상님들 산소 찾아 예를 갖추고 마지막으로 김포 유공자묘역을 갖춘 '무지개 뜨는 언덕'에 모신 아버님을 찾아뵈었다. 이로서 예전과 다르게 나의 한가위 행사는 쉽게 끝났다. 다시 작업실에 올라와 믹스 커피 한잔을 마신다. 이제 작업모드로 정진이다. 빨간 글씨 연휴가 좋은 이유는 알바도 스톱이고 오로지 그림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이 전과 다르게 무겁다. 스프링처럼 파팍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작품에 깊이가 더해지는 것도 아니다. 파드닥 날아다니는 새처럼 번갯불처럼 행동하던 때가 그립다. 뭐든 맘과 같이 행동이 따라주던 청춘은 어디에 갔는가! 이제 맘도 몸도 각자 살림이다. 늙는다는 건 맘이 몸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