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13

ㅡ아산 조문호 사진전

대한민국에서는 65세 이상이면 지하철 무임승차를 할 수 있다. 소위 지공선사 등극인데 노인 복지를 위해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한때 노인들 전철여행에 관심이 있어 춘천이나 영종도무의도 등을 답사한 일이 있다. 이번에는 못 가봤던 온양온천역을 가게 되었다. 다름 아니라 조문호 사진작가의 아산 작업실 방문을 겸해서다. 그곳에서 야외 사진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길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두 시간여를 달리니 평택 천안 지나 온양온천역이다. 시간 걸려 가는 길, 한강의 책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기차에서 읽는 책은 또 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참 읽다가 깊이 몰입되어 눈물이 났다. 잠시 긴 호흡을 하려고 책을 덮었다. 드디어 온양온천역. 백암길 185 갤러리를 찾아가니 사진작가들과 관람객들이 ..

카테고리 없음 2024.10.27

황무지, 우상의 벌판 전

그림을 그리면서 무엇을 그릴까. 무엇이 좋은 그림일까 질문했지만 늘 답을 얻지 못했다. 사람들은 미술을 동서양으로 가르고 장르로도 구별하고 표현된 스타일로 나누고 제작 방식으로 정리하고 또 개념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그곳에 미술의 답은 있지 않다. 결국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할 뿐이다. 나 또한 내가 바라본 세상을 그릴뿐이다. 가끔 반구대 암각화를 찾곤 했다. 그림의 시원을 찾고 싶었다. 무엇이 그림을 그리게 했을까? 내 나름의 답을 만들어야만 했다. 그곳에 새겨진 그림이 지향한 것은 감각적 표현보다는 자신들이 속한 삶, 세상 이야기의 구현이었다. 자신을 대상에 함몰시킨 것이 아니라 대상을 동원해 자신의 삶을 표현한 것이다. 그림은 시작부터 지극히 주체적이고 이성적이었다는 말이다. 자..

카테고리 없음 2024.10.25

광주여행

오랜만에 다시 찾은 1박 2일의 광주여행을 잘 마치고 귀경하는 중이다. 박석준 시인의 조태일 문학상 수상 축하와 지인들과의 뒤풀이가 즐거웠고 과거 인사동에서 만나 어울렸던 문인들과의 해우는 또 다른 반가움이었다. 뒤풀이 장소인 광주 27갤러리에서는 네 번째 '탕탕'전도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광주 아닌가. 나에게는 사실 광주비엔날레 작품 관람에 큰 의미가 있었다. 특히 아시아 문화전당에서 만난 아시아 작가들의 시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기뻤다. 그전에 복합 문화 공간 1충에서 열리고 있는 김아영 작가의 영상미술 작품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상상력과 디테일한 화면구성은 현대미술이 또 다른 방향성을 폭넓게 제시하고 있었다. 혁신적인 미래 가치와 가능성을 확장시킨 창조적 예술가를 발굴..

카테고리 없음 2024.10.20

광주

비엔날레도 열리고 있고 박석준 시인의 조태일 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리려 광주에 가는 중이다. 보름 전에 예약했는데도 자리가 모자라 잘 앉아 가다 오송에서 쫓겨났다. 예약한 좌석이 입석으로 변경되서다. 다행히 출입구 있는 간이 좌석이 내 차지가 되었는데 가끔은 이런 복도 있다. 하지만 문칸방의 설움이다. 정류장마다 내리고 타는 손님들로 일어나야 하고 차가 달리면 찬바람이 들어온다. 등 따습고 엉덩이 편한 자리와는 딴판이다. 겨울이면 쉽지 않은 자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튼 이 대목에서 나는 왜 윤정부 떨거지들이 생각날까. 이것들아 쫓겨나봐야 안다. 준비 단단히 해라. 솜바지도 챙기고. 올겨울 무척 춥단다. ㆍ ㆍ 칡뫼 광주 가는 ktx에서 ㆍ

카테고리 없음 2024.10.19

원치용 '지금 저너머'전을 보고

우리가 그림을 바라볼 때 직감적으로. 어떤 느낌이나 기분을 받게 된다. 이어 그림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찾게 되는데 소위 작가의 의도나 생각을 읽는 일이다. 감정의 흐름이야 각자의 느낌이 답이겠지만 작가의 의도는 나름의 방향성이 있고 메시지이기에 조심스럽다. 이미지는 말과 같아서 시작부터 은유이고 상징이며 환유고 제유다. 예를 들면 사과가 먹는 사과이면 직유로 쉽지만 사랑이나 잘못을 비는 사과 혹은 뉴튼의 사과를 말하는 지를 구별해야 뜻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대화 중에 이 점을 놓치면 소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아이들 말이 이해가 안 갈 때가 그런 경우다. 답정너, 낄끼빠빠, 짤방 등 처음 듣게 될 때 도대체 모르는 것이 많다 그처럼 그림 속 이미지가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는데 그림..

카테고리 없음 2024.10.16

한강

한강은 백두대간에서 발원해 수많은 물줄기를 담아 흐른다. 못도 있고 소도 있고 여울목도 많은데 이 갈래 저 갈래 모두 아우르며 양수리에 다다른다. 이때쯤이면 나름 물길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뒤로 강은 복잡한 동네 서울을 끼고돌지만 조용하고 차분하게 흐른다. 곧 김포평야를 어루만지고 너른 바다를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김포 작업실로 출퇴근을 하게 되니 오며 가며 한강을 바라보게 된다. 한여름 장마철에는 황톳물이 바다처럼 되기도 하고 수량이 적은 가을에는 물새들이 놀기 좋은 모래뻘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유장하게 흐르던 한강이 한번 고꾸라지는 곳이 있는데 바로 전류리 포구다. 이제 이곳은 접경지대가 가깝다 보니 한강하구의 마지막 포구가 되고 말았다. 이런 물 뒤집히는 현상은 바닷물..

카테고리 없음 2024.10.13

박흥순 전

ㆍ 저기 우뚝 서 계신 장군처럼 연전연승은 못할지라도 우린 늘 승리를 꿈꿨다. 삶은 알고 보면 도망갈 곳도 없는 사각 링 위의 혈투다. 승리는커녕 이리 터지고 저리 맞다 보면 어느새 그로기 상태가 된다. 어퍼컷을 맞고 쓰러지는 복서를 지탱해 주는 건 링 위의 로프다. 삶에 지쳐 쓰러질 때 우리를 지켜주는 안전 펜스는 있기나 한가. 여전히 우린 복서처럼 홀로 싸우고 홀로 일어서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윤정부 국정감사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더불어 박흥순 화백의 복서 작품 (130x97cm 캔버스 오일 1984년)을 소환해 본다 . 박흥순 작품전 인사동나무 아트 10월 21일까지 ㆍ 아래 이미지는 도록에서 가져왔네요 오랜만에 권투구경 가보세요 그곳에 치열한 싸움이 있습니다. ㆍ

카테고리 없음 2024.10.12

그리기와 그림

그리기를 완결한 것이 그림이라면 몸짓으로 본능에 의해 동작하는 그리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은 하나이면서 다르다. 그림은 그리기에 충실한 미적인 완성이 있고 한편 작가의 말, 이야기를 응축한 미학적 결과물이 있다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나의 작업은 후자다. 후자를 추구하는 가운데에 전자도 당연히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리기에 머무르는 것은 내 안의 나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우리 안에 나이기 때문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