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13

전시 후 상념

간만의 평화다.전시 후 피곤한 몸을 추스르고 손장섭선생님 3주기 전과 박불똥작가 '뭥'전 개막도 보고 왔다.화목 난로 앞에 앉아 작업실 방한 칸막이를 생각하다가 눈 내린 고향집 같은 적막에 잠시 나를 뉘어본다.산다는 건 뭘까? 치열하지 않으면 죽는 존재일까? 뭐든 쟁취요 수단이고 그 성과 뒤에는 과연 행복할까?생존의 법칙 속에 우리는 민족끼리 싸웠다. 사실 전쟁 뒤에는 또 다른 거대한 힘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다.분단은 상처요 아픔이다. 휴전으로 포성이 멎고 살아온 세월 70여 년 이제 겉으로는 조용하다.하지만 내면에 자리 잡은 적대 감정은 알게 모르게 깊이 뿌리를 내렸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 되는 현실. 세상은 은밀하게 살풍경이 되었다. 그 결과 정치는 치사해졌으며 1등이 아닌 낙오자는 황무지에..

카테고리 없음 2024.11.29

박불똥 <뭥>전

ㆍ젊은 시절 이리저리 튀는 불똥처럼 반짝이고 기발한 사회 저항 작품을 하던 분이 노년에 들어 작품전을 열고 있다.이른바 '뭥'전이다.'뭥'?가서 보면 안다. 작은 작품이 400여 점 걸려 있는데 하나하나 서사를 구성할 수 있는 반짝임이 보인다.하지만 작품마다 느낌을 소개하기는 힘들고 통째로 사유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그를 감추고 살기 때문이다.이 작품군은 마지막 인사라는 타이틀이지만 작가의 얼굴을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왜곡, 변조, 하지만 사실로 표현했다. 즉 세상의 마지막 이별사진의 모습에서 작가의 변화무쌍한 사유나 감정을 얼굴 사진이미지로 그려냈는데 그 모습을 보면 깽스터로 보이기도 하고 칼잽이로..

카테고리 없음 2024.11.28

눈이 내렸네요

하얀 눈은 누구에게나 희망을 이야기하나 봅니다. 환한 세상을 만들어 주니요.살면서 새긴 어두운 삶의 그늘을 잠시지만 덮어줍니다.페친께서 설경사진을 너도나도 공유하니 저도 이번 전시와 함께 만든 책 '고양이처럼 출근하기' 속에 삽입된 눈 내린 풍경이 떠올랐네요. 그림과 함께 수록한 짧은 글를 공유해 봅니다----------겨울나무 겨울나무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살면서 설자리를 찾는다는 것과 다시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이 모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물며 그 자리에서 일가를 이룬 나무는 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다. 상처를 입을망정 거짓된 삶은 애당초 없었다. 허공을 향해 무모하리만치 존재를 알리려 애쓸 뿐. 뻗은 가지마다 세월이 맺혀 있다. 위로 가려다 막히면 내려가..

카테고리 없음 2024.11.27

전시마감

오늘이 전시 마감일이다.전시장 문을 열고 불을 켜니 저 멀리 우상의 벌판이 펼쳐져 있다.믹스 커피 한잔을 타 마시며 작품을 본다.나는 살면서 2등 3등은커녕 4.5.6등이라도 제대로 해보았나. 작품 속에 스스로 존재를 드러낸 숫자를 읽어 본다. 그런데 그 사이사이 자그만 돌 홀로이거나 둘셋이 흩어져 있다.숫자도 못 만들고 버려진 존재.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숫자 그리기에 급급했다. 수가 잘 드러나게 그려야작품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조차 만들지 못하고 버려진 작은 돌이 작품의 주인공 아닌가. 그들에게 나는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 수를 살리려고 작은 돌에게 성의를 덜한 것은 아닌지.스스로를 돌아보는 전시 마감날이다.ㆍㆍ

카테고리 없음 2024.11.25

불타는 십자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언론시장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국민을 외면하더니 신뢰를 잃었다. 언론의 글은 음식의 맛과 같아서 수준이 더 높아지지 않으면 외면당한다. 한쪽으로 유난히 치우쳐 짜거나 매우면 음식이 아닌다. 우린 이런 현상을 맛이 갔다고 한다.해서 일찌감치 그렸던 그림이다. 신뢰 믿음의 기호로 십자가를 택했다. 종교로 보아도 무방하다. 지금 불타고 있거나 태워 없애야 할 때가 되었다고 그린 그림이다. 가만 보면 그 속에 한때 믿음의 상징이었던 언론사도 있다.십자가가 불타고 있는 황량한 벌판에 우리들의 무덤이 있다.ㆍ황무지 우상의 벌판칡뫼김구 개인전ㆍ인사동 나무아트25일까지ㆍ불타는 십자가162.2x130.3cm한지 먹 채색

카테고리 없음 2024.11.21

최고라는 우상

우리나라 모든 것들의 최고이며 1등의 아이콘 서울대 정문이 교회의 첨탑처럼 하나의 기호로 벌판 끝에 서 있다. 수많은 2,3,4,5,6,7,8,9등이 그들을 경배하며 따르려 한다. 하지만 1등은 늘 하나다. 숙명적으로 수많은 낙오자들을 만드는 존재다. 하늘을 경배하듯 언제나 1등들을 믿어왔던 수많은 변방의 버려진 자들. 그들만이 우리의 구원이라 믿었던 그 많은 기도. 하늘이 땅을 버렸듯이 그들은 낙오자를 버렸다. 아니 짓밟고 있다. 낙오자들이여 언제나 우리는 이 세상의 다수였으며 주인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믿은 만큼 아픈 쓰라림을 견디며 나는 지금 우상의 벌판에 서 있다. 우상의 벌판 324 ×130.3cm 한지 먹 채색 2023~2024 칡뫼 김구

카테고리 없음 2024.11.18

십자가의 죽음

ㆍ 누가 누구를 죽이는가? 우리는 지금 믿음의 소멸시대에 살고 있다. 믿음이 믿음을 죽이는 불신의 시대다. 학문이 죽자 언론이 죽었으며 법이 죽었다. 종교가 변질되자 땅은 부패하고 무덤이 되었다. 겨우 숨 쉬던 인간의 양심조차 시들고 꿈이 사라지니 우상이 숭배되기 시작했다. 세상은 갈수록 황무지가 되고 있다. ㆍ 황무지, 우상의 벌판 칡뫼김구 개인전 나무아트 25일까지 ㆍ ㆍ 십자가의 죽음 130.3x162.2cm 한지 신문지 먹 채색 칡뫼김구

카테고리 없음 2024.11.17

전시와 함께 그동안 이런저런 삶을 살아온 제 이야기가 엮어졌네요. 전시날 만나신 분들도 계시지만 이제 서점에서도 보실 수 있다네요. 글과 그림은 말의 기록이니 책 출간도 전시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관심 가져주셨으면 해서요. 고맙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40년 점묘화의 거장이 털어놓는 예술과 일상의 단상 화가로서의 고뇌와 삶의 따뜻함 담은 첫 화문집 출간 40년 넘게 점묘화를 그려온 화가 칡뫼김구의 첫 화문집 『고양이처럼 출근하기』가 출간됐다. 열여섯 편의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이번 책은 예술가의 내밀한 고백과 일상의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았다. 작가는 "점은 혼자서는 존재감이 없지만 서로 연대하면 전깃줄도 되고 벽도 된다"며 자신만의 예술 철학을 밝혔다. 새벽 5시 아내를 위해 조..

카테고리 없음 2024.11.15

디스플레이

전시장 오픈에 앞서 작품을 이리저리 배치하는 행위, 소위 디스플레이가 행위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아무리 머리로 생각하고 도면도 그려 설치를 짜도 공간과 작품의 조우는 늘 어긋난다. 크기가 맞아도 작품이 가진 아우라가 다 다르니 현장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점은 하루아침에 터득되는 것이 아니다. 말로는 깊이 설명할 수 어려운 시선과 공간의 어색함을 제거하는 행위다. 한편 작품의 품새를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어제 작품 디스플레이를 마쳤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역시 고수다. 나무아트 김진하 관장의 번득이는 미감은 몇 차례 수정 조합을 거치더니 완벽한 구성을 이끈다. 자리도 자리지만 좌우, 수직, 수평, 균형과 비례, 작품이 갖는 색감까지. 마지막으로 조명까지 완벽하게 정리한다. 예술이..

카테고리 없음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