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불길한 저녁/김사인
칡뫼
2015. 2. 5. 21:27
불길한 저녁 / 김사인
고등계 형사 같은 어둠 내리네.
남산 지하실 같은 어둠이 내리네.
그러면 그렇지 이 나라에
'요행은 없음'
명패를 붙이고 밤이 내리네.
유서대필 같은 비가 내리네.
죽음의 굿판을 걷자고 바람이 불자
공안부 검사 같은 자정이 오네
최후진술 같은 안개 깔리고
코스모스 길고 여린 모가지 흔들리네
별은 뜨지 않네.
불가항력의 졸음은 오고
집요한 회유같이 졸음은 오고
피처럼 식은 땀이 끈적거리네.
슬프자, 실컷 슬퍼 버리자.
지자, 차라리
이기지 말아버리자.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