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화판을 대하며

칡뫼 2015. 9. 7. 16:23

 

 

 

 

 

 

 

 

 

 

 

 

   

    하얀 화판이 눈앞에 보이면 가슴이 설렌다. 마냥 행복하다.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막상 그림을 그리려면 생각이 많아진다. 무엇을 그릴까. 구도는 어떻게 잡을까. 어떤 색을 쓸까.

   젊은이의 치기였을까. 예전에는 느낌이 있으면 있는 대로, 보이면 보이는 대로 그렸다. 그리고 싶은 것이 넘치는 시기인데다 뭐든 그리면 그림이 된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그래서일까 갈수록 어렵게 그림을 대하는 나를 본다.

   언제부터인가 화판 앞에 설 때마다 마음먹은 것이 있다. 알아보기 쉬운 그림을 그리자. 제대로 아는 정서를 담아내자. 낯이 아닌 밤을 그리자. 그림을 위해 더 용감해지 등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내 그림은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우리네 삶속에서 태어났다. 내가 잘 아는 그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내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는 오늘도 또 다른 이야기를 위해 밤 골목을 서성일 것이다. 내 목소리는 낯보다 밤에 더 멀리가고 잘 들리기 때문이다.

                                                                         - 작가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