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뫼 2017. 8. 6. 13:02



이른 아침 작업실에 도착하니 마당에 뱀이 죽어있다

그리 크지 않으니 금년에 태어난 새끼 뱀이다. 자세히 보니 살모사다.

폭염에 지쳐 죽었나. 고양이가 물어다 놨을까. 아무튼 죽어 있어도 소름이 돋는다.

뱀 하니 천경자 선생의 '생태'란 작품이 떠오른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20대의 여성이 징그러운 뱀을 소재로

작품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고 멋지다.

서양에서 뱀 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다.

여인의 머리카락이 온통 뱀으로 변해 있어 아름다움과 공포의 묘한 조화랄까.

그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생생하다. 그래서일까 그림 소재로도 좋다.

마침 카라바조의 메두사 방패 그림이 떠오른다.

그 얼굴이 아름다운 여인이 아니어서 카라바조의 자화상이란 말도 있지만

난 미술학자가 아니니 이미지만 즐긴다.

목이 잘려 죽는 메두사 표정에 많은 걸 담아놨다.

어린 시절 등교 길이나 하교 길 논두렁에서 만난 뱀은 늘 공포였다.

뱀이 지나간 자리에 한동안 석고처럼 굳어 있었다.

뱀은 왜 우리에게 징그럽게 다가올까.

난, 지금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는체 ㄱ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