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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이 닫혔다
가끔 새벽에 들러 했던 배드민턴 운동도 못한지 한 달이 넘었다.
지속되는 코로나 사태로 기분도 우울하고 몸도 엉망이다.
그림을 그려도 심난한 것이 집중도 잘 안 되었다.
답답하던 차에 몇몇 운동회원이 모여 새벽 산행을 하게 됐다.
목표는 동네 뒷산 개화산이다.
참고로 강서구 개화산은 높이가 132미터요. 일산의 정발산이 88미터,
양천구 목동의 용왕산이 78미터이다.
새벽 6시 산 아래 모여 삼삼오오 오르고 돌아 내려오면
8000여보 거리에 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동네 식당에 모여 간단 아침식사를 하고나면 하루가 상쾌하다.
배드민턴은 IMF시절 배웠다. 그림은 고사하고 먹고 사는 것이 우선이었다.
빚 갚기와 가족부양을 위해 밤낮 휴일 없이
뛰다보니 ‘이러다 길에서 죽겠구나.’ 싶었다. 몸이 쇠약해졌다.
해서 일을 조금 줄이며 찾은 것이 저녁 늦게 할 수 있는 배드민턴이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19로 산을 찾는 몸이 되다니.
세상의 어려움은 사람의 행동을 바꾼다.
다 지나가겠지만 모두가 힘든 요즘이다.
죽음의 공포가 주변에 어슬렁거리기 때문이다.
산이 낮아도 있을 것은 다 있다
요즘은 산수유에 이어 생강나무가 꽃을 피웠고 진달래는 저만치 서서 웃고 있다
쇠딱다구리며 오색딱다구리가 내는 벌레 잡는 소리는 청아한 목탁소리를 능가한다.
소나무향과 이끼며 풀냄새가 상큼하다.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한강은 일품이다.
멀리 방화대교, 행주산성이 보인다.
하산 길 쓰러진 나무를 본다. 높낮이를 자랑하며 우뚝 섰던 나무도 결국은 쓰러진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세상, 인간 또한 상처받고 쓰러지는 존재다.
산다는 건 수직에서 수평으로 향하는 여로.
진정한 평등은 죽음으로 완결될 뿐이다.
그제서야 수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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