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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초상
칡뫼
2020. 4. 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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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배워야할 규범이고 법이지만
또한 넘어야할 존재다
어린 시절 큰 울타리였던 아버지의 삶은
커 갈수록 세상과의 타협이며 굴종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자본의 정글에서 패자이셨던 아버지.
열심히 사신 그 모든 것이 자식에게 부정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아버지의 마지막 자부심은 화랑무공훈장이시다.
못난 자식으로 큰 자랑거리가 없으신 아버지는
국가유공자로 체면을 유지하실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 많은 것들은 어떤 의미일까.
허상이요 타인의 시선이 아니던가.
더군다나 무공훈장은 동족상잔의 결과물이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조용히 아버지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치매를 앓고 계신데다 갈수록 말씀이 없으시다.
늘 거리감 속에 살던 아버지와 아들이었다.
그런데 붓질을 하면 할수록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는 나를 본다.
아버지를 닮고 있는 나를 본다.
내 삶 또한 아버지 그 이상 이하도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아버지의 초상을 그리면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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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