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선 작가의 전시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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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선 작가의 전시회(자하미술관 6월30일까지)에 다녀왔다.
여인이 서있다. 고개를 숙인 체 마치 통곡의 벽 앞에 있는 모습이다. 저 멀리서 발원하여 끝없이 흘러내리는 물이 있다. 아니 막을 수 없는 힘이라 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장벽처럼 여인 앞을 가로막고 있다.
투명해 보여 없는 듯해 보이지만 분명 존재하는 벽이다. 그녀의 모습 뒤로 길 위의 새들이 무언가 쪼아 먹고 있다. 그래서 뭐란 말인가. 어렵다. 제목을 본다. ‘빛을 쪼는 새’다
아! 새가 쪼아 먹는 것이 빛이구나. 작가의 의도를 나름 읽어 본다.
그녀를 대면하고 있는 풍경은 호수이기도 하고 숲이기도 해 보이지만 어둠을 품고 있다
슬퍼 보이는 여인의 뒷모습이 안쓰럽다.
빛은 어둠을 이긴다지만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
결국 헛것 아닌가.
하지만 여인에게는 빛이 절실해 보인다. 이 그림 속 새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고갯짓 하며 빛을 쪼아 먹고 있다.
빛은 여기서 희망이어야 하겠다.
낮고 약한 이에게 필요한 건 기도와 꿈 희망일까. 어쩜 바로 손에 잡히지 않는 환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너무 슬프다.
내가 그림을 읽는 것은 이런 식이다. 그야말로 내 멋대로 읽기다.
그림은 언어다. 구글로도 번역이 안 되는 언어다.
그러니 보는 이가 해석해야만 하는 것이다. 작가라면 그림을 결코 아무렇게 그려내지는 않는다.
맘대로 읽어도 된다지만 방향은 있는 것이다.
마치 공 던지는 이(작가)가 있어 그 날아가는 방향을 볼 수 있듯이.
하지만 떨어지는 공은 보는 이(관객)의 위치에 따라 다 달라 보일 뿐이다.
방향은 제목과 작품전 주제로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작품전 주제어가 ‘미동’이다
내가 보기에 저 여인은 지금 너무 슬퍼 미동도 못하고
있다. 그녀를 위해 새가 희망을 부지런히 쪼아주고 있을 뿐이다. 빛을 쪼는 새의 동작 이 세상이 품고 있는 사랑이 아닐까.
작가의 세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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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쪼는 새
2016년작
갠버스유채
111.8X161.6cm
최경선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