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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무죄다
칡뫼
2020. 10. 1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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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 작업실 마당에 산국이 활짝 피었다.
향기로 정신이 아릿할 정도다.
산국 향을 품었으니 이제 이 가을 아쉬움은 없다.
언제부턴가 국향을 깊이 마셔야 가을을 느낀 듯싶었다.
그 이유로 들에서 한두 촉 옮겨 놓은 녀석이다.
년로하신 부모님을 도와 낫으로 들깨를 베고 나니
밭두렁에 왕고들빼기 의젓하고 사데풀 옆에는 멀리에서
시집 온 미국쑥부쟁이가
별처럼 환하다.
우리는 어디서 온 존재일까
막연히 그리워하는 낙원이 있을 뿐이다.
잃어버린 낙원.
그립지만 갈 수 없는
시원의 세계에 수없이 피어있던 존재가 바로 꽃이 아닐까.
꽃은 그리움이고 사랑이다.
우리가 잊고 있던
낙원을 열어주는 열쇠다.
보는 순간 인간은 더러움을 잊는다.
꽃이 영원히 무죄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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