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뫼 2021. 1. 11. 23:38

어릴 적 할머니는 늘 밥 한 공기를 이불속에 묻어두셨다. 저녁이면 정화수를 떠 놓고 두 손 모아 비셨다.
전쟁통에 행방불명된 큰 아들을 기다리신 것이다.
하지만 끝내 아들을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고도를 기다리며'란 희곡이 있다. 등장인물 중에 고도를 마냥 기다리는 두 사람이 있는데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일까. 자신들의 행위조차 놓친 듯 이런 대사가 나온다.

블라디미르 : 무슨 말이든 해보라니까!
에스트라공 :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블라디미르 : 고도를 기다리고 있지.
에스트라공 : 참 그렇지.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희망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노동자란 세상을 몸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출근한 사람이 일터에서 사고사로 돌아오지 못하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억울한 죽음은 없어져야 한다. 누군가의 일상이 무너지고 꿈이 사라지는 일이다. 기다림을 빼앗는 일이다.
산다는 건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