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에 대하여
반구대 암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그 옛날 어떻게 저 많은 그림들을 돌에 새길 수 있었을까. 물론 연구 결과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발표되고 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처음에는 면새김(신석기 시대)이었다가 나중에는 선새김(청동기 시대) 그림이 추가된 것이란 연구가 있다. 일단 면새김은 강한 돌로 쪼아 형태를 만든 것이고 뒤에 선새김은 금속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의 종류는 육지동물 97점에 해양동물 92점 사람 17점 배 6점 울타리나 그물 등 연장류 6점 등이 새겨져 있는데 동물 숫자는 고래, 사슴, 호랑이 순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들과 함께 살고 있었던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생명들이다. 생명체의 숙명일까. 생존을 위해 목숨을 빼앗아야 했지만 더불어 그들의 풍요 또한 기원해야만 했다. 새끼 밴 멧돼지 형상이나 새끼 고래와 함께 그려진 어미 고래 형상에서 생명에 대한 사랑도 느껴진다.
하지만 암각화를 보면서 나는 새김(작품)을 시작하는 작가의 마음 자세에 주목하고 싶다. 우선 좋은 장소를 골라 표현한 동물의 형상은 묘사의 적확함으로 볼 때 대상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다. 현재 해양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모든 고래가 구분이 된다는 점이다. 눈감고도 새긴다는 말 그대로인 것이다. 즉 작품은 기록으로 반드시 남기고 싶었던 것으로 새김 전에 새기지 않고는 못 견길 간절함과 필연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암각화 속에는 삶이 녹아있다. 결국 작업에 따르는 시간과 공력은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표현에 대한 욕구, 작품을 대하는 진정성이야말로 암각화에서 우리가 배워야 덕목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