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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칡뫼
2022. 8. 21. 20:33
대상을 옮겨 그리던 어린 시절이 지나니 갈수록 그림이 어려워졌다. 아름다운 경치를 표현하는 것에도 싫증이 나고 능력 또한 부족했다. 나름 미술을 공부하면 할수록 알려고 하면 할수록 그림은 천 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과연 그림이 뭘까?
결국 답이 많으니 답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생명력 있는 작품은 언제든 사물이 아닌 사실을 그렸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시대의 구성 요소 자체가 아닌 그것들이 이루고 있는 사실, 그것을 그리는 것이 그림일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년 전 새해에 반구대 암각화를 찾았다. 나름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수천 년 전의 고래사냥 암각화는 고래를 새기고 배를 새기고 동물을 그리고 인간을 그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감싸고 있는 환경, 생존 방식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생명의 존재 사실을 기록했다. 아주 구체적이고 쉬운 서술이었으며 작품에는 공동체를 향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이것이 미술의 시발이요 본질일 것이다.
나를 감싸고 있는 사실을 그리기로 한 것이 분단 이야기였다. 나 아니 우리 모두를 관통하는 화두였기 때문이다.
분단은 우리를 덮고 있는 가장 큰 현상이며 거대한 사실이다. 외면하고 무슨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겠나 싶었다. 우리 사회 부조리의 시원에는 늘 분단이 도사리고 있다.
아픈지 모르기에 '아프다" 전 (2018. 나무아트)이었고 그래서 슬프니 '슬프다' 전 (2020. 갤러리 화인)이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멍하니 바라만 보아야 하는 현실에 '바라보다' 전(2022. 나무아트)이다. 수년에 걸쳐 고민해왔던 부족한 사유를 숙제하듯 이번 세 번째 전시로 일단 묶어본다.
그림은 끝없는 여정이다. 작가는 자기의 길을 거짓 없이 걸을 뿐이다. 이제 두리번거릴 시간이 없는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만지작거리고 있던 이야기 보따리를 묶어 마루 한편에 치운다. 오로지 또다시 타박타박 길을 떠나기 위해서일 뿐이다.
ㅡ칡뫼 '바라보다' 전을 열며ㅡ
결국 답이 많으니 답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생명력 있는 작품은 언제든 사물이 아닌 사실을 그렸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시대의 구성 요소 자체가 아닌 그것들이 이루고 있는 사실, 그것을 그리는 것이 그림일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년 전 새해에 반구대 암각화를 찾았다. 나름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수천 년 전의 고래사냥 암각화는 고래를 새기고 배를 새기고 동물을 그리고 인간을 그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감싸고 있는 환경, 생존 방식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생명의 존재 사실을 기록했다. 아주 구체적이고 쉬운 서술이었으며 작품에는 공동체를 향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이것이 미술의 시발이요 본질일 것이다.
나를 감싸고 있는 사실을 그리기로 한 것이 분단 이야기였다. 나 아니 우리 모두를 관통하는 화두였기 때문이다.
분단은 우리를 덮고 있는 가장 큰 현상이며 거대한 사실이다. 외면하고 무슨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겠나 싶었다. 우리 사회 부조리의 시원에는 늘 분단이 도사리고 있다.
아픈지 모르기에 '아프다" 전 (2018. 나무아트)이었고 그래서 슬프니 '슬프다' 전 (2020. 갤러리 화인)이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멍하니 바라만 보아야 하는 현실에 '바라보다' 전(2022. 나무아트)이다. 수년에 걸쳐 고민해왔던 부족한 사유를 숙제하듯 이번 세 번째 전시로 일단 묶어본다.
그림은 끝없는 여정이다. 작가는 자기의 길을 거짓 없이 걸을 뿐이다. 이제 두리번거릴 시간이 없는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만지작거리고 있던 이야기 보따리를 묶어 마루 한편에 치운다. 오로지 또다시 타박타박 길을 떠나기 위해서일 뿐이다.
ㅡ칡뫼 '바라보다' 전을 열며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