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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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구순이 넘으셨다. 심하지는 않지만 치매를 앓고 계신다. 젊어 국방군에 입대하여 전쟁을 치르셨다. 어려서 전쟁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우리에게 직접 말씀하신 것 말고도 동네분들과 어울여 술자리를 하실 때면 결국 이야기는 전쟁으로 마감이 되었다.
당시 38선 가까운 김포 집에 휴가 오신 것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새벽 포성이 울리고 뒤늦게 전쟁을 알고 귀대 중 여의도 비행장이 폭격당하고로 전쟁 서막이 열렸다. 그 뒤 수원 대전으로 밀리고 낙동강 공방전 인천 상륙작전과 서울수복 다시 1.4 후퇴 휴전 등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아무튼 아버지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걸쳐 사신 분이다. 당신의 자랑은 화랑무공훈장이 전부이시다.
나를 비롯해 평범하게 일가를 이룬 동생들 모두 아버지 눈에 그리 큰 자랑거리는 아니다. 방에 액자 해 놓은 훈장증, 벽에 걸린 참전용사 표창장, 옷걸이에 걸린 무공수훈자회 조끼며 모자 등이 아버지의 자랑이고 역사다.
그중에서 가장 아끼는 것은 화랑무공훈장이시다.
난 어른이 되면서 저것이 그리 자랑할만한 것인가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동족을 상대로 싸운 훈장 아닌가. 북쪽에서도 저렇게 훈장을 주고 치하를 하겠지.
난 전쟁 후 태어난 세대이니 목숨 걸고 싸운 분들을 이해는 하지만 한편 진정으로 공감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동족상잔의 성과이니 굳이 자랑할 거리는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국
분단시대의 자식은 전쟁세대와 또 다른 사고를 할 뿐이다. 그래서 일까. 내가 그린 아버지의 초상 속에는 아버지와 다른 나의 사유가 녹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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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뫼김구 '바라보다' 전
2022. 9.14- 27
인사동 나무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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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112.1 x 162.2cm
한지먹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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