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다는 것
어릴 적 나도 누구나처럼 서울로 서울로 하던 시절 서울로 왔다. 농사일에 목수일을 틈틈이 하시던 아버님이 마련한 집은 동교동 철길 옆 판자촌이었다. 밤이면 당인리 발전소로 석탄과 기름을 나르던 기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나는 기차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곤 했는데 나중에는 기적소리가 자장가로 들렸을까. 잠을 잘 잤다. 특히 그곳에서 태어나 자란 갓난아이들은 놀라 소리쳐 울만도 한데 조용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알고 보면 길들여지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놀란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5세 입학이며 초부자 감세. 검사만 임명하는 인사정책. 끔찍한 이태원 참사. 더 무서운 건 끔찍한 참사 뒤에도 미안한 기색이 없는 공직자들의 태도. 또한 끝도 없이 이어지는 황당무계한 압색과 전정부 탓하기도 있다. 무역적자는 기본에 경상수지까지도 적자다. 제조업 수출로 사는 나라 그렇다면 세수가 줄 것이니 재정적자는 당연한 결과가 된다.
북한 드론이 서울 상공을 왔다 갔는데 미국 도청은 양념이니 모른 척 넘어가잔다.
일본에 맞춰주는 깔 맞춤 외교에 미국에 퍼주는 조공외교. 생각해 보니 나 같은 촌놈도 자존심 뭉개지는 건 기본이요. 매일매일이 빨간 불이다.
조용하던 동네에 갑자기 하루는 앰불란스 소리 또 하루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있는 격이다. 한꺼번에 울릴 때도 있다. 모두 놀라 무슨 일이지? 이건 아니지! 하는 놀라움과 수시로 일어나는 상식파괴, 이젠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새 기찻길 옆 오막살이 어린아이가 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일 매 맞던 아이가 전보다 덜 맞으면 잠시 행복에 젖는다는 것은 무서운 사실이다. 매를 안 맞는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데 당장의 아픔만이 세상의 모든 것인 양 느끼고 보게 되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슬프게도 지금 정부는 갈수록 더 큰 일을 저질러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망가지고 있다. 어느순간 망가지는 강도가 전보다 약해지면 이제 정신 차린 것으로 착각할까 사실 그게 걱정이다.
제발 익숙해지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 외면하지 말자. 익숙해지면 환경의 노예가 된다. 강물이 땅과 부딪히며 물길을 내듯 흙속의 씨앗이 틈을 내며 악착 같이 살아 태양을 만나듯
생명력 넘치는 좋은 세상은 언제나 저항이 만든 결과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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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뫼 넋두리 '익숙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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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 작품 부분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