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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열 '모심'전

칡뫼 2023. 5. 18. 22:45


     운전을 하거나 걷다 보면 길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들의 사체를 만난다. 밟혀 죽은 작은 동물들은 하나같이 땅과 수평을 맞추고 누워있다. 압착된 가장 낮은 평면이다.
그 죽음의 평면 속에는 살아 있을 때의 존재감이 겨우 새겨져 있을 뿐이다.

우린 저 동물들과 얼마나 다른가? 알고 보면 우리 또한 사회라는 구조 속에 늘 압착되어 켜켜이 쟁여지는 존재 아닌가. 그런 면에서 중심에서 소외된 자들의 모습. 인간의 본모습 또한 평면 일지도 모른다.

그런 표상으로 우리들의 모습을 작업하는 작가가 있다. 김진열이다. 단순하고 모나고 압착된 형상이다. 하지만 그는 그 모습에 힘을 실을 줄 알고 생명을 부여할 줄 안다. 존재감을 살린다.
평면은 평면끼리 어울려 되살아나 입체가 되고 세상의 저항이 된다. 그의 작품은 우리들 삶의 본질을 지시하는 또 하나의 커다란 기표요 해석을 기다리는 기호가 되고 있다.



김진열 작가의 모심전을 보고
인사동 나무화랑 5월 30일 까지

아래 작품 사진 곽대원. 김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