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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어디로 갈거나

칡뫼 2023. 6. 21. 14:26

아래 작품은 전에 페북에 올렸던 기억이 있다.
80년대 민미협회원 시절 단체전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장소는 그림마당 '민'이었다. 당시 사회 모습은 분단국가라는 현실 속에서 억압된 정치 구조하에 갈등이 지속되고 대립이 일상이었다.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가 큰 화두였고 산업화의 희생자 노동자 농민 문제. 빈부 격차, 환경오염 등등이 큰 문제였다. 새파란 젊은이였던 나 또한 기존 질서에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당시 내 눈에는 현실 문제와 치열하게 맞서는 자와 멀찌감치에서 기회를 엿보며 관망하는 자의 모습이 대비되게 보였던가. 아무튼 나설 때 나서지 않으면 세상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어 그린 그림이었다. 작품 중앙에 길을 잃고 방황하는 아이는 국가요 어쩜 우리 국민들이요 작게는 내 모습이었다. 해서 제목이 '어디로 갈 거나'였던가!  
80년대는 광주 이후 정말 희망이 안 보이는 암담한 시절이었다.

그 당시 생각을 표현한다고 우리 전통화에서 이미지를 차용하여 작업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은 돌고 도는가. 요즘 보니 군인이 검사로 바뀌었을 뿐 독재권력자들의 속성은 같다. 차이와 반복을 논한 서양 지식인의 말에서 반복은 어쩜 동질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앞세운 것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반복보다는 차이겠다.  그가 말한 차이의 사유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회는 차이로 인해 전과 구별되고 진보한다는 생각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저항이다. 예로 3.1 운동이 결국 우리 민족의 해방을 이끌어 낸 것 아니던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안일함은 되려 퇴보를 부르고 소멸의 길을 간 것이 역사다.

작은 행동이라도 하는 자와 '세상은 원래 그래'하며 관망하는 자. 지금 우리에게 누가 필요할까? 타오르는 산불은 꺼야 할 불이지 구경할 대상이 아니다.  세상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 겨우 만들어 놓은 구조물이 잿더미가 될 수도 있는 지금이다.  


칡뫼 옛그림 생각


어디로 갈 거나
97.5x80cm
기름한지 먹 연필
1983년
칡뫼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