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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참 처절하게 내린다

칡뫼 2023. 8. 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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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 좋고 비 오는 날이라 알바도 없다시피 해 일찌감치 작업실에 앉아있네요. 페북에 고흐와 로드렉에 관한 김정락 교수님 글을 읽으니 그림을 평가받는 일이 얼마나 두렵고 떨리는 일인지. 말없이 자기 그림을 알아봐 주었으면, 말이라도 걸어줬으면 했던 고흐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젊은 시절 그 비슷한 경험의 글이 있어 공유해 봅니다. 고흐는 동료화가의 시선이었지만 저는 슬프게도 자본의 시선을 통과하고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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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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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였다. 아이들이 커가고 자그만 자영업으론 생활이 힘들었다. 평소 해왔던 그림으로 생활에 보탬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듯싶었다. 하지만 그림을 쉽게 그려 파는 행위를 혐오하던 나였다. 당시 유행하던 다방개업에 힘입어 사군자며 산수화를 기계적으로 그려 파는 사람이 많았다. 내 눈에 수량이 중요했던 그들의 작업은 인쇄 기계로 보였다. 부족하지만 전국을 떠돌며 닦은 사생실력 덕에 산수화에 내 나름 화풍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가까이 와 있었다. 몇 날을 망설이다가 화선지 반절짜리 횡폭 다섯 점을 싸들고 인사동을 나갔다. 평소 정성껏 그려놨던 그림들이었다. 들어선 거리에는 화방과 지필묵 가게가 연이어 있었지만 막상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괜스레 안국동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두어 차례 하며 망설였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면서 '네 주제에 무슨 그림을 판다고’ 비아냥거리는 것만 같았다. 이 가게 저 가게 다가섰다 물러서기를 몇 차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한 가게로 들어섰다.

“저, 그림 좀 팔아볼 까 해서 왔는데요.”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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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어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