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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에 대한 단상

칡뫼 2023. 11. 24. 10:41



아내가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한다. 거울 속의 여자도 화장을 하고 있다. 가만 보니 거울 속의 여자는 아내가 아니다. 좌와 우가 바뀐 아내의 얼굴일 뿐이다. 왼쪽 뺨에 바르는 뽀얀 가루분은 내가 볼 때 오른쪽 뺨에 발라진 화장품이다. 아내가 거울을 보며 정성을 쏟은 얼굴은 결국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좌와 우가 뒤바뀐 모습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비춰 볼 뿐이다. 그러니 아내가 거울을 보며 추구한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도 그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본인이 알고 있는 사실이 본질이고 진실이란 생각을 버려라. 허상일 수 있으니. 우리는 어쩜 허상을 사랑하고 소리쳐 부르고 그리워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진실은 아는 것 보이는 것 뒤에 숨어 있다. 난 항상 그것이 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그것을 그려 보고 싶다.

칡뫼 오래전 메모장에서

화장하는 여인
모리조(Berthe Morisot)
제작년도 : 1875
캔버스에 유채
60.5*80.8cm
오르세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