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뫼 2023. 12. 12. 13:51

몇 해 전 넷프릭스에서 방영된 우리나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드라마에서는 우리가 어린 시절 즐겼던 놀이가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일까 당시 나도 이런저런 놀이를 떠올려 본 기억이 있는데 그중에는 '보싸움'도 있었다.

  보洑라 함은 냇가에 둑을 쌓아 논으로 물을 대는 형태를 말한다. 보의 커다란 형태를 저수지라 보면 되겠다.
이 보싸움은 어린아이들이 주로 큰 비 내리고 난 뒤 산모퉁이나 밭둔덕이 쓸려내려 쌓인 흙바닥이나 모래판을 만나면 책가방 던져 놓고 노는 놀이다. 농경문화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농업기술이 놀이로 활용된 예라 하겠다.

주로 고운 흙이나 모래가 평평하게 되어 있고 흙바닥 위로는 아직도 물이 살짝 흐르고 있을 때가 적격이다.
시작은 편을 나눠 한쪽 편이 내려오는 물을 막아내는 보를 쌓고 또 한편은 그 아래쪽 적당한 곳에 빈 둑을 쌓는다. 물이 계속 내려오니 윗 보는 터지지 않게 하느라 바쁘고 아랫 보는 내려 올 물을 대비하느라 바쁘다.

막다 막다 물이 넘칠 즈음이면 모두 동작을 멈추고 보를 터뜨린다. 놀이의 절정이다. 터진 물은 사정없이 아래로 흘러내린다. 어린 시절 나는 이 모습을 볼 때마다 감격하여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을 생각했었다.
아무튼 터진 물은 흘러 흘러 아랫보를 채우는데 이때 보가 터지면 윗편의 승리요. 안 터지면 아랫 편이 이기는 경기가 '보싸움'이다.

이 놀이의 중심에는 물이 있다. 물은 끝없이 흘러 내려오기에 가두기엔 한계가 있고  손 놓고 있으면 결국은 보가  터지고 만다.
난 이 놀이를 생각하면 우리나라 정치가 생각나는 것이다.
물이 민심이라면 '보'는 민심을 담아내는 정권이 되겠다. 즉 튼튼한 보라면 안정된 정부라 할 것이다.
보를 쌓는 행위에 소위 진보냐 보수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국 민심을 얼마나 잘 받드느냐가 관건이겠다. 다음을 기다리며 준비를 한 아랫 보는 과연 얼마나 튼튼한가? 
도도한 민심을 받아낼 준비는 잘되어 있는가?  

위 아랫보로 편갈라 싸우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호호 깔깔하며 집으로 향했다. 모두 사심 없이 보를 쌓는데만 열중했기 때문에 이기고 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졌다면 다음에 더 튼튼한 보를 쌓으면 될 일이다. 여기에 답이 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