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뫼 2024. 5. 31. 12:00


작업실에 앉아 있다. 작업하면서도 속 터지는 작품 <기레기의 비상>을 그리고 있는데 뻐꾸기가 운다.
그 소리가 처량하다. 나뭇잎이 무성해지니
뱁새나 딱새가 신방을 꾸몄겠다.
어디에 알을 낳을지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는 모양이다. 내 집 내 방하나 없어 슬프다는 소리인가. 이제는 안 속는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자기 알을 낳아 의탁시키는 녀석이다. 자식을 맡겨 놓고 먹이도 한번 물어다 주지 않는다. 결국 알에서 나온 뻐꾸기 새끼는 커진 몸으로 다른 이복형제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 죽이고 혼자 모이를 얻어먹는다. 그러니 금세 커서 둥지보다 덩치가 커진다. 결국 다 크면 길러준 어미도 버리고 날아가 버리는 녀석이 뻐꾸기다.

뻐꾸기처럼 남의 집에 들어와 주인 행세하는 놈이 있다. 맘에 안 든다고 이방 저 방 있던 아이들을 다 내 쫒고 자기가 왕이다. 거기에 반드시 사라질 녀석에게 온갖 것을 가져다 먹이는 뱁새 같은 무리들은 뭔지. 결국 가을이면 텅 빈 둥지만 남을 텐데. 또 다른 곳에 집 짓고 살다 또 남 좋은 일 시키던지.



아무튼
잘도 운다.

뻐꾹 뻐쿡 뻐퍼Cook

그래 끼리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
그도 한때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