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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용 '지금 저너머'전을 보고

칡뫼 2024. 10. 16. 16:40


우리가 그림을 바라볼 때  직감적으로. 어떤 느낌이나 기분을 받게 된다. 이어 그림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찾게 되는데 소위 작가의 의도나 생각을 읽는 일이다.
감정의 흐름이야 각자의 느낌이 답이겠지만 작가의 의도는 나름의 방향성이 있고 메시지이기에 조심스럽다.

이미지는 말과 같아서 시작부터 은유이고 상징이며 환유고 제유다. 예를 들면 사과가 먹는 사과이면 직유로 쉽지만 사랑이나 잘못을 비는 사과 혹은 뉴튼의 사과를 말하는 지를 구별해야 뜻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대화 중에 이 점을 놓치면 소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아이들 말이 이해가 안 갈 때가 그런 경우다.
답정너, 낄끼빠빠, 짤방 등 처음 듣게 될 때 도대체 모르는 것이 많다

그처럼 그림 속 이미지가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는데 그림에서는 이것이 서로 엮어지며 말을 만든다. 특히 현대미술일수록 작가의 의도가 어려워 암호문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표현된 것 말고도 작업 태도 방식 등 챙길 것이 많아서다. 아무튼 이미지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도 감상자가 이야기로 엮을 수 없을 경우 '뭔 말인지 모르겠네'가 바로 튀어나온다.
이런 경우 비평문이나 감상문을 읽어서 그런 점이 해소되면 좋은데  읽고나도 모르겠다면 그림과 멀어지는 경우를 만드는 것이다.

말이 길어졌다. 연남동 화인페이퍼갤러리에서 열리는 원치용 작가의 '지금 저너머' 전을 보고 왔다.
전체적으로 현대문명이 안고 있는 환경문제를 주제 삼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가 동원한 이미지에는 성산대교도 있고
기차도 있으며 지하철역사, 도로, 사방으로 연결된 신경망이나 에너지를 나르는 전봇대 등 현대인들이 만든 사물이 등장한다. 무역선인 거대한 컨테이너선도 등장한다. 그에 반하여 꽃을 찾는 벌꿀이나 나약해 보이는 파충류 개구리도 보이고 남극의 펭귄도 보인다.
모두 지구 온난화나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지구상의 생명들이다. 이런저런 이미지를 연결하다 보면 작가의 의도가 보이는 것이다. 문명과 환경문제로 귀결될 수뿐이 없는데 그 각각의 이미지는 표정이 담겨있어 작가의 말에 설득력을 실어 준다. 이곳은 작가 표현력의 영역일 거다. 끝으로 엉뚱하게 줄 타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작가의 번뜩이는 필살기라고 나는 보았다.
독일철학자 니체도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줄 타는 사람을 등장시키는데 지루할 수 있는 논리를 극적으로 설명하는 데 성공한 부분이겠다. 그는 결국 떨어져 죽어야 하지만.
줄 타는 사람은 늘 위험을 달고 산다. 추락이라는 긴장감이다. 줄 타는 사람을 등장시켜 우리의 지금 모습이 위험하다고
작가는 소리치고 있다.
이슬아슬 하다고 외치지만 반대로 우린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면서도 나까지는 아니겠지 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문제를 던졌다면 작품전의 의도는 성공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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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뫼 그림 멋대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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