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뫼 2025. 5. 2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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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기간이다. 이번에는
내란도 척결해야 하고 경제도 살려야 하고
민심 속에 살아 숨 쉬던 바닥난 상식과 믿음도 되살려야 한다.
반드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쓸모 있는 사람을 찾아 일을 맡겨야 한다. 우리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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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쓸모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각자의 생각이 계실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말 쓸모에서 '모'가 무언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모'는 사전에 보면 <사물의 선과 선, 면과 면이 만나 꼭짓점을 이루는 부분>으로 설명되어 있다. 모서리나 세모, 네모란 말을 생각해 보면 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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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전쟁을 많이 치렀고
그 방어 수단으로 수많은 산성을 쌓았다. 산지가 많은 관계로 토성보다는 석성이 주를 이루었다. 해서 누구보다 돌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다. 둥그런 돌보다는 모난 돌이 차곡차곡 쌓기도 좋고 줄을 맞추기도 편했으니라. 한마디로 모 있는 돌을 고르고 이리저리 재보며 사용처를 찾았을 것이다. 쓸모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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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에서 쓸, 쓰다는 사용한다는 의미가 있다. 모자를 쓰거나 붓글씨를 쓰다(머리 위에, 종이 위에)와는 다른 의미다. 칼로 무를 썰다(쓰다) 낫이나 도끼를 쓰다 처럼 쓸모에서  '모'는 도구의 개념으로 볼 수 있겠다. 우리가 쓸모 있는 사람을 찾으니 사람은 누구나 '모'를 가지고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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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바탕으로 쓰인 말이 많다. 모이다(모진 곳 구석으로 모이는 것), 몰다(가축을 구석 모서리로 모이게), 모이(동물 가축 등 모이게 하는 먹이), 모서리, 모질다(모난 것을 지(찌)르는 행위) 뫼(산을 말하는 것인데 산은 뭉쳐 있고 이어져 모여 있다), 몸(몸이야 말로 눈, 코, 입, 팔다리, 생각 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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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수장이 눈깜짝이부터 배운다>는 말이 있다. 정으로 돌을 다듬을 때 돌가루가 튀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모가 잘 생긴 돌을 골라 쓰임새에 맞게 사용될 때 석공들은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정을 쓰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하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도 있다. 어릴 적 나에게는 까칠하게 살지말고 둥글둥글 참고 살라는 말로 들렸다. (이 말은 모두에게 잘못을 보고도 모른 척하라는 순종을 키운 면도 있다). 뭐든 이리저리 따지는 사람을 모가 났다며 멀리했다. 과연 그렇다면 모가 나쁜 것일까?
모난 돌은 사용하기 좋은 자재였다. 성벽을 쌓는데 쓰였으며 집 지을 때 주춧돌도 모난 돌이다. 해서 모난 돌은 가져와 쓸 곳에 맞게 적당히 다듬어 썼다. 정을 맞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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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모있는 돌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 강바닥 둥근돌을 또 다른 돌로 쳐서 깨뜨려 날카롭게 모난 돌을 만들어 썼다. 주먹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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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린 이번 대선에서 누굴 뽑아야 할까? 겉멋이 들어 일 배우기도 전에 눈깜짝이부터 배운 석수장이인가? 이리 써도 저리 써도 마땅치 않아 굴러다닌 돌처럼 생긴 사람인가?  
일찍이 눈에 들어 뾰족한 정도 수차례 맞아봤고 이 자리 저 자리에 쓰였던 사람. 그런 경험으로 이제 큰 자리에 꼭 쓰일 사람. 반듯한 모를 품어 여기저기 쓰기도 좋은 사람. 누구일까? 난 벌써 정했다. 그 사람을 찍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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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뫼
대선판을 이용해 한국말을 공부하다

이곳에 쓰인 한국말에 대한 지식은 묻따풀 학당 최봉영 선생님의 강의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