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글 농사

칡뫼 2013. 1. 28. 19:16

 

                글 농사

 

     팔순이 넘은 아버님은 농부이십니다. 참깨며 들깨, , 배추, 고추 등 많은 채소를 길러 내시죠. 땅이 풀리면 올해도 어김없이 밭을 일구실 겁니다.

     무학이나 다름없는 아버지는 원고지 닮은 텃밭에 육필로 글을 쓰십니다. 언제나 정성을 다하시죠. 그래서인지 글이 살아 움직입니다. 철마다 보내주시는 농작물을 받아 든 아내는 말합니다.

     “아버님은 어쩜, 이렇게 농사를 잘 지으실까.”

     책 몇 권 더 읽은 아들이 글 농사를 짓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봄에 분에 넘치게 글 농사 자격증까지 받아들고 말았네요. 기뻤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까. 바람과 구름, 비를 친구삼고 하늘의 마음을 헤아리는 농사꾼의 모습, 흙을 보듬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 밭고랑에 쓴 글을 놓고 밤잠 설치는 번민을 과연 나는 얼마나 안단 말인가. 모든 것이 걱정입니다

      농부의 글은 밥상에 올라 생명을 살립니다. 책상 위에 놓인 제 글이 읽는 이의 마음 한 자락 보듬을 수 있을는지. 이 엄중한 물음을 이 순간 가슴에 깊이 새겨 봅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이끌어주신 선생님, 모든 인연, 글의 씨앗 한글을 만들어주신 선조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에세이문학> 봄호 수필 <고승을 찾아 갔다가 부처님을 만나다>로  

                                                  완료 추천을 받고 쓴 당선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