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남자는 병원에서도 취한다

칡뫼 2015. 1. 6. 07:48

 

병원 탈의실,

표정이 멍한 사내가 들어섰다.

내 앞에서 비틀, 동공이 풀리고 영락없이 한잔 했을 때 모습이다.

쓰러지는 걸 가까스로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 .

겉보기와 다르게 속이 허한가보다. 마취약을 못이기는 것을 보니.

  "술 마이 머꼬 속이 안 조아 내시갱 보고 난 는데 의사 말이 용종 몇 개 잘랐다 카데."

혀 꼬인 발음이다.

그래 남자는 술로 세상을 견딜 때가 많다.

겉과 다르게 속으로 지친 몸, 병원에 와서도 취하는 구나.

그 모습 속에 나도 있다.

 

-칡뫼 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