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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혁명

칡뫼 2024. 1. 18. 11:47



        일요일 새벽부터 내려와 작업을 시작했지만 오늘따라 진도가 매끄럽지 않다.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는 사라지고 화폭이 산만한 것이 마치 요즘 내리는 겨울비를 닮았다.  

        해를 넘기면서 바깥일이라곤 영화 두 편(서울의 봄, 노량)과 엊그제 장욱진 전을 본 것이 전부다. 사실 '서울의 봄'은 직접 겪은 시대의 아픔이라 보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가 근무하던 부대 사령관이 참모총장으로 영전한 뒤 일어난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인 데다 제압을 못하고 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비참했고 광주를 비롯 그 뒤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하지만 감독의 시선도 궁금하여 보게 되었다. 영화 '노량'은 초대로 봤는데 둘 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을 그려내고 있다.

    자고 나니 세상이 바뀐 것이다. 그 당시 민주화의 봄을 기다리던 사회 분위기와는 다르게 또다시 군사정권이 탄생되었고 노량대첩 이후 끔찍한 조일 7년 전쟁(임진왜란)이 끝났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역사는 불연속이고 단절된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역사가들은 이 시대를 스마트폰사용 전과 후로 나눌 것이다. 스티브 잡스를 누구보다 기억할 것이고.

     언론이 권력과 야합하며 더럽히던 세상이 스마트폰 탄생 이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직 권력을 자신들 입맛대로 만들고 내칠 수 있다는 기레기들의 오만이 여전하지만.
과연 사이비 언론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일까?
1979년 말 제대 후 서울에 있던 나는 80년 5월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광주민주화 운동을 폭도들의 난동으로 알고 있었다. 모든 언론이 그들의 눈치를 보며 국민을 기만했다. 80년 광주의 참모습을 감춘 것이다. 광주는 고립됐고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 되고 말았다. 군사정권이 언론을 장악한 결과였다.

    스마트폰은 피해도 많지만 생활에 너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그중 마이크가 없어도 자기 이야기를 세상에 향해 떠들 수 있게 해 준다. 혁명적이다. 이제 대중은 전처럼 언론이 방송미디어가 짐승 몰듯 유도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묻고 찾아보고 따져보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현상이 천국이나 낙원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폐쇄된 사회에서 새모이 주듯 뿌려주는 정보를 그저 지식인양 받아들이던 시대를 끝내고 있다. 더군다나 이 모든 것이 손가락 하나로 이루어지고 있다. 터치 한두 번에 전 세계 뉴스가 뜨고 영화가 보이고 정보가 눈앞에 드러난다. 진위 여부를 비교 검색할 수도 있다. 손가락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정도면 이제 우리가 손가락으로 정권 하나쯤 무너뜨리고 세우고 할 때도 되었지 싶다. 고대 그리스 보다 훨씬 똑똑하고 진화된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뿐이랴 정당 경선 참여도 손가락으로 집에서 할 수 있다. 이런 세상이 올 줄 상상하지도 못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문맹률이 제일 낮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제일 높단다. 우리 혁명 한번 해보자. 못난 정부 몰아내는 시연을 전 세계에 보여 주자. 멋진 일 아닌가. 나도 혁명군에 가담해야겠다.
손가락 혁명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봄날이 기다려진다.


손가락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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