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후 한 달간 쉬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책도 읽었네요. 그중에는 늘샘 김상천 문예비평가의 2025년. 신작 <케이서사열전>도 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K서사에 방점을 두고 인물을 고찰한 저서입니다. 즉 인물의 역사적 평가를 넘어 그가 품은 사유와 행위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한국철학의 본령을 드러내고자 한 책입니다
저자는 문화는 일종의 가치구조라 보고 서양에서 유럽 문화와 미국 문화 차이가 존재하듯 K철학으로서 한국적 가치, 그 존재는 무엇일까?를 주목합니다. 결국 가치는 내용이자 사유의 핵심으로 사유는 반드시 형식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즉 그 형식, 우리 서사체에서 K정신을 찾고자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서사체는 어떻게 다른가?
k서사형식은 서양의 이분법을 형상화한
시와 소설이라는 양식과 달리 작가는 <시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불일불이한 한국 고유의 서사변증법>으로 드러난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형 서사체에 대한 일관된 이론체계를 세울 수 있었고 그에 따른 증거로 저술한 책이 <케이서사열전>인 것이죠.
그렇다면 서사란 무엇인가? 저자는 서사이론 개요에서
기호(서사)=사실(소)+가치(소)를 기본 정리하는데 예를 들면
인문학이 빈사상태다(사실소)
그러나 인문학은 삶의 뿌리다(가치소)
~따라서 인문학을 살려야 한다
이 두 요소가 직물적으로 짜여 나오는 것이 작품이라면 우리 문학이나 역사 인물 속에 녹아있는 서사구조 그중에서도 한국인이 품고 있는 불일불이不一不二 사상에 주목합니다.
그런 면에서 첫 번째로 주목한 인물이 신라의 고승 원효인데 그를 한국사상의 비조로 꼽습니다. 원효의 오도송으로 알려진 송고승전宋高僧傳에 나오는 시에서
심생고종종법생心生故 種種法生
심멸고감분불이心滅故 龕墳不二
대목에 주목합니다
감분불이龕墳不二에서 감龕은 왕실의 무덤이요 분墳은 일반의 작은 봉분입니다
이 둘이 다르지 않다는 불이不二에 주목하는데 불이不二는 둘이 아니다는 말로 그렇다고 하나라는 말도 아닌 것이죠.
감과 분은 현실적으로 분명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현실(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며 가치를 추구하는 구조겠죠.
이 말(불이不二)을 결국 한국사상을 꿰뚫는 키워드로 삼아 인물열전을 끌고 나가는 데 그 힘이 대단합니다. 책에 인용한 인물은 원효를 비롯하여 이규보, 일연, 김시습, 서경덕, 정철, 허균, 홍대용, 연암박지원, 만해한용운, 임화, 백석, 김수영, 그리고 한강입니다. 사람사람마다 우리가 알던 역사적 행적과 또 다르게 바라본 작가의 시선이 날카롭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는 평소 눈여겨보았던 인물을 톺아보는 재미도 있겠습니다.
K문화가 세계를 휘어잡는 요즘입니다.
서구에 경도된 사상을 익히고 배워온 우리에게 그에 못지않은 세상을 대하는 우리만의 깊은 사유가 있었음을 저자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쩜 불일 불이不一不二라는 독특한 한민족의 서사요 사상으로 '중심은 어디에도 있다'는 니체의 사유보다 일찍이 터득한 정신세계일 겁니다. 특히 늘샘 김상천의 많은 저술 중에서도 이번 책은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를 찾아보는 연장으로 써도 좋은 책이지 싶습니다. 더군다나 저자가 관통하고 있는 서양철학사의 개관도 알아보며 인물별로 비교할 수도 있는 책입니다. 차분히 훑어봤지만 시간을 가지고 한 사람 한 사람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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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뫼 <케이세사열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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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만큼 쉰 칡뫼 이제 작업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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