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나는 대로 미술관을 찾아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이 말은 틀린 말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림을 본다고 해서 제대로 작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표현한 그림은 온전히 작가가 아니라 알고 보면 작가가 생산한 일종의 기표입니다. 예를 들어 교장선생님이 훈화를 한다고 훈화 자체가 교장 선생님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죠. 다만 학생들 나름대로 훈화가 지시하는 방향성은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림도 일종의 언어요 작가의 말이기 때문이죠. 결국 그림에 작가의 본질이 있는 듯 해답을 찾으려 한다면 그림 읽기는 번번이 실패한다 할 것입니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결국 나를 보는 것. 만나는 작품은 나를 읽는 거울, 그 이상 이하도 아닐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