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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긋다, 그림 ,그리움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말을 사용하느냐 아니냐 일 것이다. 동물은 소리로 의사전달은 할 수 있지만 생각을 엮어 차려내는 말은 하지 못한다. 즉 말은 인간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라 할 것이다.말을 하게 된 인간은 뱉으면 허공으로 사라지는 말을 저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처음 의사전달은 소리와 함께 하는 손짓 발짓이었겠지만 어느 순간 손에 잡은 막대나 돌조각 따위로 그 어떤 표식을 했을 것이다. 즉 금을 그은 것이다.그은 금은 시간이 흘러 대상을 그린 이미지로까지 발전했다. 이미지는 다시 간결화되고 일종의 기호가 되었다. 예로 산을 삼각형으로 표시 그것이 모여 산이라는 글자가 되는 형식으로 문자가 탄생되기도 했다. 상형문자다.한편 긋는 금은 대상을 나누는 경계가 ..

카테고리 없음 2025.04.28

봄비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싹을 틔운 감자며 지난겨울 땅속에서 버틴 마늘, 양파, 밭작물 모두에게 커다란 응원이다.나에게도 그렇다.지붕을 타고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작업이 익어간다. 간섭 없는 시간. 깊이를 더하며 촉촉하게 젖어들고 내 사유도 뿌리를 내린다. 화폭에 어떤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작업은 늘 기분 좋은 떨림의 시간이다.ㆍ칡뫼 봄비 소리에 젖다ㆍ아래 작업중인 작품들 ㆍ

카테고리 없음 2025.04.22

동창들

풋풋했던 시절 지나 어느새 칠순이 코앞학교 졸업한 지 50년이라.어려서는 셈이 안 되는 50년(졸업) 100년(개교) 그걸 우리는 겪고 지내 왔다네. 부모님들의 억척함이 우리를 길렀고 우리 또한 열심히 살아낸 세월이야. 아직 건강하게 계신 은사님 모습이 고맙고 감사하고.모두들 그동안 모두들 대한민국이라는 복잡한 울타리 안에서 멋지게 살아냈구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역사요 책이지. 암 알지! 곳곳에서 나름 견디고 버텨준 친구들이 자랑스럽구먼.오늘 너무 반갑고 고맙고. 행사를 이끌어준 집행부도 애썼고.모두 건강하게 남은 세월 누리자고.시간은 빠꾸가 안 되는 일방통행길이니.ㆍ칡뫼 돌아오는 지하철에서사진. 일방통행길 2012년ㆍㆍ

카테고리 없음 2025.04.21

이 사진이 좋더라

사진전도 나름 그림처럼 많이 본 편이다.회화와 마찬가지로 사진도 사유나 세상 바라보는 시선, 작가의 철학을 드러내는 방식에 여러 유형의 다양성이 존재한다.하지만 다큐멘터리 사진은 조금 다르다.가장 우선시하는 것이 현장성이다. 해서 사진의 기본인 기록성에 충실하여도 일단 성공이라 할 것이다. 독자는 보는 순간 현장에 몰입되며 나름의 사유로 작가와 교감한다. 물론 현장은 모든 곳이 아니라 작가의 주제의식이나 나름의 서사구조에서 챙겨지고 만들어진다 할 것이다. 장터 사진을 오래도록 찍어 온 정영신 작가의 전시회를 들렀다.인사동 인덱스 갤러리 이다많은 작품이 제목처럼 시장풍경을 직시하게 유도해 사라지는 풍경과 사라졌을 풍경 이제 보기 힘든 그리운 풍경 등 이런저런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힘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5.04.20

정리 정돈

두해 전 아버님이 구순이 넘는 나이로 돌아가셨다. 얼마 전부터 밭구석에 있던 수관이 눈에 거슬렸다. 아버님이 생전에 묻으려 한 물건이 분명했다. 오래됐지만 나이 드시니 삽으로 하실 수 없는 일이었다. 각자 일 바쁜 자식들에게 시키지는 못하시고 아마 몇 해를 두고 보셨으리라. 포클레인을 부르려니 일이 커지고 짧은 관 하나이니 내내 망설이셨지 싶다. 그 뒤로는 포기하셨지 싶다. 밭일을 맡아하다 발견한 수관을 나는 오늘에야 삽으로 정리했다. 일찍 내려와 땅을 파고 관을 심었다. 수로 속에 이리저리 뻗은 나무뿌리는 얼마나 질기던지 톱으로 자르며 진행하니 완전 육체노동이다. 뭐든 제자리에 있어야 편하다.엉뚱한 것이 엉뚱한 자리에 있는 것처럼 어색한 것이 없다. 물건이나 사람도 마찬가지다. 특히 행정관료 사법관료 ..

카테고리 없음 2025.04.20

복사꽃

아침 일찍 작업실에 내려와 마당청소를 했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움츠렸던 복사꽃이 오늘 보니 환하게 피어있다.맞아 이맘때였어. 난복사꽃만 보면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ㅡㅡㅡ 아침에 보니 정화수가 솟구쳐 ‘하늘 고드름’이 되어있었다. 그날 밤에도 할머니는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 놓고 비셨다. 두 손을 모아 빌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주문처럼 무슨 말인지 하셨다. 가끔 '천지신명'이란 말이 들리기도 하고 얼핏 '비나이다' 소리도 들렸다. 궁금해 쪽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붙여 보았지만 소리는 더 들리지 않고 절하는 모습만 보였다. 사락사락 내리던 싸락눈이 포실한 함박눈으로 변할 때쯤 할머니는 방으로 들어오셨다. 내복차림으로 반가워 폴짝 뛰는 나를 힘껏 안아주셨다. 머리 위에 내렸던 눈이 녹아 비녀..

카테고리 없음 2025.04.18

장기판의 졸

요즘 가을 전시 준비로 광장 이후 작업실에 박혀 있다. 그림 주제가 현실과 현재이다 보니 세계의 흐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도 관심사 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내란 사태 후 드러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속속들이 알게 되니 분노가 치민다. 속고 산 것 아닌가? 그동안 나라 시스템을 믿고 순진하게 산 세월이 억울하기까지 하다. 산에 들면 낙엽 쌓인 숲이 아름답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을 뿐 이런저런 벌레와 굼벵이, 지내, 들쥐 등 낙엽 아래 살며 어둠을 즐기는 생명들이 많다.인간도 마찬가지다. 은밀하게 감추고 자신들끼리 공유하며 즐기는 어둠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뭇 동물들이야 약한 자신을 보호하려고 숨어들었다지만 이들은 다르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또 다른 세상을 구축하고 자신들만의 왕국을 꾸린다. ..

카테고리 없음 2025.04.14

붓 거치대

붓이 하도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밟혀붓거치대 후다닥 짰다반듯하니 이제 어렵게 붓 찾을 일도 없겠다. 빨강물감 파랑물감 쓰던 붓은 붓대로 쓰면 된다. 섞일 일도 없다. 세상일도 그렇다. 어지러운 세상이면판을 새롭게 짜야한다. 물론 판을 짜는 목수는 목공 실력이 있어야 한다! 톱질도 해야 하고 망치질도 해야 하니 말이다. 주요한 건 머릿속에 만들어질 판의 모습도 그릴 줄 알아야 한다.ㆍ칡뫼 붓거치대 만들다ㆍ

카테고리 없음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