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다니던 고향 학교 앞에는 장터가 있었다. 학교가 파하면 장날 장터는 나에게 꿈의 동산이었다. 장터에 펼쳐진 하얀 장막은 어린 가슴을 펄럭이게 했다. 그 휘장아래 온갖 장사꾼들이 팔려고 내놓은 물건도 가지가지였다. 옷이며 신발 버선에 각종 대나무 제품. 성냥을 되에 담아 파는 분, 고무신을 때워 주는 분. 구멍 난 양은냄비나 주전자를 때워 주는 분. 커다란 가마솥에 곰탕을 끓여 파는 분 국수를 말아 파는 분, 풀빵장사, 색색이 물들인 옷감이며 털실. 온갖 동물들, 염소며 병아리 강아지. 토끼도 있었다. 대장간에서는 풀무질이 한창이고 뻥튀기 아저씨 목소리도 들렸다. 가끔은 발로 북을 치는 피에로도 나타나 읍내 극장 영화 선전도 했다. 아이들은 가라는 뱀장사 겸 약장사도 있었는데 뱀은 순전히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