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157

소수의 독자가 원하는 것일 지라도

상허 이태준의 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육상에서 백미 혹은 천미 선수가 ‘마라톤이 인기 있다 하여 백미에 적당한 자기 체질을 무시하고 마라톤에 나서면 거기에 남는 것은 무엇일 것인가? 유정이나 이상은 다 자기 체질에 맞는 종목을 뛴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 작품에는 자신이 있다. 기질에 맞는 것을 쓴 작가에게는 상식 혹은 개념 이상의 창조가 있다.’ 이 글은 김유정과 이상의 추도회를 치르고 쓴 글 중에 나오는 대목이다. 답은 모파상의 글에서 인용한 다수 대중이 원하는 것( 즐겁게, 슬프게, 감동, 공상, 포복절도, 전율, 사색, 위로 등등)이 아닐지라도 그중 소수의 독자가 원하는 것 ‘당신 자신의 기질에 맞는 최선의 형식으로 무엇이든지 아름다운 것을 지어 달라’이다 이 말을 옮겨보면 유행이나 사조에 휘..

아침 생각 2021.05.29

황색언론

ㆍ 어릴 적 고향마을에선 겨울에 토끼 사냥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호기심에 따라다니곤 했는데 남정네들에겐 일종의 동네 행사였다. 재미로 잡기도 했지만 먹는 것이 귀한 시절이라 육류 섭취의 기회이기도 했다. 주로 눈이 내리면 발자국을 보고 따라가 굴을 뒤지거나 토끼를 발견하면 끝없이 쫓아가 잡기도 했는데 어린 나는 형들이 눈 밭을 뛸 때 쫓아가지를 못했다. 그 뒤 올무로 잡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동네에 순택이 형이라고 있었는데 사냥을 참 잘했다. 여름이면 물고기 겨울이면 토끼나 고라니를 잡아내는데 선수였다. 눈이 안 와도 잘 잡았는데 그 이유는 올무였다. 사냥방법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설치 방법에 비결이 있었다. 싸리나무나 진달래 등 작은 나무의 잘린 부분을 보고 토끼들의 먹이 서식지를 알아내고 토끼 ..

아침 생각 2021.01.06

헤르메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올림푸스 12 신 가운데 헤르메스란 신이 나온다. 헤르메스는 바람둥이 제우스가 헤라 몰래 만난 요정 마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다. 태어나자마자 아폴론의 소 50마리를 훔쳐왔는데 지혜의 신인 아폴론이 모를 리 없었다. 찾아와 따졌으나 ''어린 내가 그 먼 곳에 가서 어찌 소를 훔쳐 온단 말이요"하고 딱 잡아떼는 통에 할 수 없이 제우스에게 데려갔다. 결국 모든 걸 알고 있는 제우스는 소를 돌려주게 했으나 거북이 껍질로 만들어 가지고 있던 악기와 아폴론의 소를 바꾸는 수완도 발휘한다. 한마디로 태어나면서부터 도둑질에 거짓말 뻔뻔하고 말 잘하고 교활하며 교환의 귀재요 협상의 달인이었다. 요즘 말로 뺀질이였는데 제우스는 그의 능력을 사 자신의 전령으로 삼는다. 세상 어디던지 다닐 수..

아침 생각 2020.12.17

해석의 충돌

사람은 똑같은 사실을 보고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한다 너무 흔한 이야기지만 다시 해본다. 컵에 물이 반 남아 있다고 하자. 한사람은 '아직 반이 남았네'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이제 반 뿐이 안남았네'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같은 사실을 놓고 해석이 반대로 갈리는 경우다. 세상 일도 그렇다. 어떠한 사실이나 텍스트를 놓고 우리는 자기 나름의 해석을 한다. 세상은 복잡할수록 개인은 자신의 일상 외에 바깥 일을 알 수가 없는 존재다. 과거에는 소문으로 알거나 장터에서 들은 이야기를 세상의 전부 인듯 이야기했다. 서울 다녀온 사람이 동네에 박혀 있는 사람보다 늘 으시대곤 했다. 보고온 사람만의 생각일 망정 맘에 안들어도 수긍해야하는 정보의 힘이었다. 신문이 발달되고 신문을 통해 세상을 읽었다..

아침 생각 2020.12.06

연미정

ᆞ 요즘 고향동네 김포 강화가 이런저런 일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얼마 전에는 전단 살포로, 이번에는 탈북했던 청년이 다시 월북 한 사건으로 시끄럽다. 맨몸으로 수영하여 도강했다니 남과 북이 얼마나 가까운 거리인지 실감이 난다. 실제로 그가 월북한 연미정에서 북한 땅은 강 건너 바로 앞에 보이는 동네로 정말 가깝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교하 오두산에는 통일 전망대가 있고 두 강물이 서로 만나 서해로 흐르는 곳이 조강이다. 예전 조강 포구 가까운 곳에는 다시 애기봉 전망대가 있다. 조강리 건너엔 하조강리가 있는데 북한 땅이다. 조강은 흘러 강화도를 만나는데 그 길목이 월곶진으로 고려시대부터 군사요충지이다. 그곳에 정자가 하나 있는데 바로 연미정(燕尾亭)이다. 그곳에서 조강은 김포와 강화도 사이 염하..

아침 생각 2020.07.31

우리 모두 공범이다

ᆞ 사람이 죽어도 애도는 뒷전인 세상이 되었다. 어느 틈에 망자의 조문 참석까지 산자의 가치관 증명 수단이 되었다. 적장의 목을 베고도 제사를 지내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였다. 우린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나.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사라져야 할 존재란 말인가. 이 순간 우리들의 잣대로 과연 살아남을 이 그 누구인가. 2020년 대한민국에서는 예수님은 포퓰리즘을 퍼뜨리는 자요 부처님은 가족을 버린 패륜아가 된다. 전쟁의 후유증인가. 우린 뮈든 흑백논리로 쉽게 가른다. 적을 만들고 상대의 티를 찾으려 애쓰다 보니 늘 자신만 깨끗하다. 그래서 우린 모두 순수의 감옥에 갇혀 살게 되었다. 결국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여야 살아남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슬프다. 누가 누구를 재단할 수 있단 말인가. 벌써 몇 명째인..

아침 생각 2020.07.12

예술론

가수가 그림을 그려 화가 행세를 하더니 그 도가 지나쳐 대작을 하고 문제가 되자 그것도 예술행위라며 법적으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제 허가까지 받았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번 일은 현대미술의 난해성으로 돌리기엔 뭔가 찜찜하고 풀리지 않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예술이란 뭘까? 예술가는 어떤 존재인가?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예술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었고 늘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논리로 사유 되는 건 예술이 품고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에는 예술이 추방의 대상이었던 적도 있었다. 세상 질서를 흐리게 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모방성의 용도로 기존 질서, 정치나 종교의 충실한 하수인 노릇을 하기도 했다. 계몽주의 인문주의 이후에 비..

아침 생각 2020.07.03

전단지 몇장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내 고향은 김포다 김포는 강화도와 함께 한반도의 중심부이고 한강물이 바다로 나가는 관문이다 한강, 염하 그리고 인천과 함께 서해바다로 둘러싸인 평야지대다. 예로부터 땅이 비옥한 충적토로 벼농사의 원조인 곳이다. 역사적으로 강을 끼고 오를 수 있는 서울이 가까워 강화와 함께 크고 작은 분쟁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국토분단의 현장으로 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아직도 군인이 민간인만큼 많은 동네다. 어려서 뒷산에 오르면 북한 땅이 보였다. 빤히 보여도 갈수 없는 땅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배웠다. 이 산 저 골짜기에 삐라가 많았다. 하나는 북에서 내려 보낸 것이고 하나는 남에서 올려 보낸 것인데 바람 때문이지 우리 동네에는 둘 다 떨어졌다. 가져다주고 연필을 타려면 주로 북한 것을 주워야했다..

아침 생각 2020.06.07

카인과 아벨

인간만이 인간을 사냥하고 죽인다. 낙원에서 추방된 아담과 이브의 아들이 카인과 아벨이다 구약성서에 의하면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였다. 그 이유는 제물을 받은 야훼가 동생의 제물에는 흡족해 했지만 자신의 제물에는 냉소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결국 형제지만 경쟁자가 되어버린 동생에 대한 질투심이 살인을 부른 것이다. 특히 아벨은 모든 면에서 나보다 못나야하는 동생이었다. 결국 누구든지 나보다 낮아야하고 자신을 넘으려는 자는 모두 적이 되는 것이다. 형제사이에도 죽일 수 있으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인류 최초의 살인자는 카인이요 최초의 사망자는 아벨이 된다. 우리는 카인의 후예여서 일까. 살면서 타살을 밥 먹듯 하고 있다. 수많은 전쟁과 침략에 이어 요즘은 평화로 위장한 구조적 타살 또한 그 얼마인가. 사회가 복..

아침 생각 202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