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야기 229

벼과 식물

. 요즘 들녘에는 가을 정취를 한껏 끌어 올리는 억새가 한창입니다. 떠나는 세월이 아쉬운 듯 하늘하늘 하얀 손짓이 처연하기까지 합니다. 억새에서 새는 뭘까요. 으악새 슬피 운다는 노래도 있으니 날아다니는 새일까요 여기서 ‘새’는 볏과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우리말이랍니다. 생각나는 대로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일단 ‘새’라는 풀이 있고요. 억새, 실새, 개솔새, 개솔새가 있으니 솔새도 있겠죠. 기름새, 오리새 등등 그 이름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가을의 상징 억새와 함께 갈대도 요즘 씨를 품었습니다. 이제 기다리던 바람을 만나 겨우내 씨를 날릴 것입니다 억새와 갈대 가을과 겨울의 완성입니다 참고로 갈대도 볏과 식물입니다. 그동안 담은 사진이 있어 올려봅니다. . 칡뫼 야생화 읽기였습니다 . 새 솔새 개솔새 실..

야생화 이야기 2020.11.03

애기땅빈대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의 '풀'이란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읽을 때마다 늘 세상 약자였던 민초를 떠올렸던 시다 그런데 세상 눈치 보느라 눕고 일어나고 할 필요도 없이 바짝 엎드린 풀이 있다. 그 이름이 ‘애기땅빈대’ 인데 오늘 만났다 이 녀석은 바삐 움직이는 사람에겐 보이지도 않는 풀이다 왜냐하면 이름처럼 땅에 바짝 붙어 기어 다닌다고 할까. 아예 처음부터 곧추서는 삶을 택한 게 아니라 ‘밟을 테면 밟아봐라 난 내 인생이 여기 있다’이다 잘난체 하느라 고개 들고 살지 않으니 소나 염소의 먹잇감에 노출 될 일도 없다 먹히느니 밟히겠다이다 얼마나 처절한 생존 본능인가 갈라진 틈에서 자라는 모습이 오늘따라 우리 민족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

야생화 이야기 2018.10.05

호명산 야생화

연휴에 이어 며칠 그림에 몰두하는라 지친 몸 지난 일요일 지인들과 오랜만에 나들이를 했습니다. 춘천 호반이었는데 저는 잠시 쉬다가 일행과 떨어져 뒤에 보이는 호명산을 오르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정말 오랜만에 가을 야생화를 만나고 싶어서였습니다. 야생화를 일부러 찾지 않은지도 몇 년이 됐습니다. 세월이 보여서였죠. 꽃들의 시간은 정확하고 빠릅니다. 이른 봄 바람꽃이나 노루귀 복수초를 만났는가 싶으면 여름 지나 바로 산국 감국 솔체, 물매화 등 가을꽃에 열매를 바라보다 보면 곧 겨울이 왔습니다. 시간의 수레바퀴에 살면서 그 속도까지 느끼니 무섭기까지 했다할까요. 꽃에 취하는 게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산에 올랐습니다. 계획에 없던 행동이라 삼각대도 없고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사진이 명료..

야생화 이야기 2018.10.01

접두어 '개'

예로부터 개는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그런데 우리의 말투에 본래 것보다 못나거나 다른 모습에 붙이는 접두어가 ‘개’다. 주로 식물이름에 많은데 그 예로 개망초, 개나리, 개머루, 개오동, 개솔새, 개옻나무 등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접두어를 쓴 말이 수없이 돌고 있다. 개검, 견찰, 국개의원이란 말이다.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고 권력의 눈치를 본 결과다. 세상이 개판 안 되려면 늘 하는 일과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실은 '개'자 붙은 동식물은 나름 아름답다는 것이다. 개 또한 주인에게 충실하기로 소문난 동물이다. 그러니 본연을 망각한 자들한테 '개'자를 붙여 욕하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개 같은 날의 오후’란 영화가 떠오르지. 김두량의 견도 모견도 이암 ..

야생화 이야기 2017.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