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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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태어나보니 나라는 잘려 섬나라가 되어 있었다. 죽음을 앞둔 시간이 지금껏 살아온 시간보다 짧게 남았다. 결국 원하지 않았지만 나는 분단된 국토에서 삶을 마치지 않을까 싶다. 분단시대의 자식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림을 그려 오면서 그림이 과연 무엇일까? 무엇을 그릴 것인가? 늘 물었던 질문이다. 내가 뒤늦게 깨달은 것은 그림은 사물이 아니라 사실을 기록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감싸고 있는 사실 중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식민지 시절을 겪은 나의 할아버지는 광복이 화두였고 결과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다시 전쟁이 나고 군대 간 아들, 나의 아버지에겐 통일이 화두가 되었다. 그 손주인 나는 분단시대를 공기처럼 숨 쉬며 산다. 우리 모두를 통째로 덮고 있는 가장 아프고 슬픈 사실이다. 결국 분단을 모른 체하고 산 너머 경치를 그릴 수는 없었다. 더 먼 길을 가기 위해 '아프다 전' (2018, 나무아트)에 이어 '슬프다 전' (2020, 화인아트) 그리고 다시 바라보다 전'(2022, 나무아트)을 준비한 이유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시공간에 나를 드러내는 짓이고 또한 나를 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편 분단을 그리는 작업이 분단을 극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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