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추워지고 눈 내리니
작업실 지붕 위로 길 찾아 헤매는
기러기 소리 슬프다. 대장기러기 끼룩하면 어미 기러기 받아 울며 가족을 리드한다.
추위 피해 수만리를 날아왔건만 이제 이곳 또한 낙원은 아니다. 김포평야도 차가운 건물 숲이 된 지 오래. 끝없이 펼쳐졌던 기름지고 포근한 땅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전쟁에 나가 죽은 것도 아니다. 건물이 무너지거나 화재가 난 것도 아니다. 길을 걷다가 멀쩡한 생명 159명이 주검이 되었다.
바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일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진심 어린 반성이나 후회 그리고 죄스러워하는 공직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함께 울며 위로해 주기는커녕 면피성 발언부터 한다. 슬퍼하는 가족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이 꼴은 높은 자리에 앉은 자일수록 심하다. 악마가 따로 없다.
자신의 자리를 스펙과 아첨이나 인연으로 쟁취한 노획물로 보는 듯하다. 스스로 잘난 자기들만의 세상이다.
세상은 이미 황무지가 된 지 오래다. 피눈물은 언제나 선한 국민들 몫이었고 자괴감이나 창피함은 덤이었다. 곧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 날이다. 제대로 크지 못하고 죽은 생명이 절규하고 있다. 못난 화가가 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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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뫼
못다 핀 청춘 10.29 이태원 참사 넋기림전에 참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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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
122.3 x 82.2cm
한지먹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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