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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영혼들을 위로해주고 싶어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았었다. 아픔과 울분 슬픔이 나를 에워쌌다. 나름 작품 하나는 시대의 증언으로 그려내고 싶던 차였다. 마침 아르떼 숲 갤러리 정요섭 대표로부터 기획전 출품 제안이 왔다. 다른 작업을 멈추고 작품을 시작할 수 있었다. 구상을 마치고 시작된 작업은 혼란한 감정을 추스르고 스스로도 치유되는 경험을 선물해 줬다.
참사 100일째 날(2월5일)를 잡아 기림 전 열림마당이 열렸다. 김서정 무용가의 안무로 참사 현장에서
고통 속에 스러져간 159분의 영령이 소환되었다. 이 순간 김서정은 안무가가 아니라 바로 억울한 영령의 모습으로 환생하고 있었다. 작가와 문인들은 함께 그들의 마음을 보듬었다. 영혼을 묶은 끈을 손에 손에 잡고 작품마다 머물고 걸으며 당신들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과 위로를 전했다.
3층까지 이어진 행열은 다시 영령들이 살아있을 때 모습처럼 활달하고 힘이 넘친 열정들을 만난다. 탈을 쓰고 격정적인 몸짓으로 허공을 가르고 멈추는 해원의 춤사위가 이어졌다. 이제는 얼마나 하고픈 몸짓일까. 앞으로는할 수 없는 마지막 숨결이고 동작이다. 유가족 대표로 오신 고 이지한 부모님도 작품을 하나하나 보듬고 춤사위에 마음을 얹어주셨다.
다시 떠나가야 할 시간 전시장을 둘러본 영령들은 이제 더럽고 힘든 이승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편한 곳으로 가야 한다.
영혼들이 가다 서고 가다 서고 결국 유가족 대표로 오신 고 이지한군의 어머님을 살포시 감싸앉는다. 오랜 포옹. 이승에서의 모든 감정이 녹아있는 마지막 인사다. 순간 전시장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오열과 울음소리.
나도 눈물이 주체 없이 흐른다. 모두가 울었다. 전시장에서 단 한 번도 이리 울어 본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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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100일 넋기림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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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제가 우느라 담질 못해
작가님들 영상을 많이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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