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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무 다른 사람을 만나면
내가 잘못 살았나 했다. 나름 책도 보고 생각을 정리하며 내 삶이 틀린 것만은 아니라며 위안을 삼았다. 어쩜 한없이 부족한 능력을 위한 변명이었다. 작업을 하다가 잠시 나를 생각해 본다.
그림도 그렇다. 경치에 취해 아름다움을 골라내듯 그리며 마냥 좋았던 나다. 그런데 갈수록 어둡고 무거운 그림을 그리는 나를 보게 된다.
이유가 뭘까. 결국 나를 지키려고 견디려고 갈수록 이리 살벌한 그림을 그리는구나 싶다.
세상은 알면 알수록 무서운 동네다. 낙엽 밑에 대지의 비밀이 숨어있듯 환한 미소와 화려한 스펙 뒤에 인간의 본모습이 숨어있다.
내가 알던 모든 지식과 상식이 또다시 한꺼번에 무너지는 지금 나는 정말 제대로 산 것인가?
어디를 보고 살 것인가? 묻게 된다.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여태껏 허덕이며 살아온 내 삶은 어떤 의미일까.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는 누구란 말인가. 나는 오늘 또다시 나에게 내 존재를 묻는 우물 속에 갇혀 있다.
질문이 질문을 부르는 비 내리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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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뫼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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