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려 오면서 작가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늘 생각해 온 질문이지만 막상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림은 왜 그리나? 질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나이가 돼서야 나름의 답을 찾다니 나도 참 답답하다.
이 답을 찾는 데는 손흥민의 도움이 컸다. 요즘 정치 현실이 너무 더러우니 눈 귀가 오염되어 짓무를 정도다. 그때 우리 운동선수들의 선전을 보고 들으며 버텼다. EPL에서 뛰는 손흥민이 인정받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만의 공간 창출 능력 때문이다. 수비 선수를 달고 다니니 주변에 빈자리가 생기고 그곳에서 동료가 골을 넣을 수도 있다. 자신이 돌파하여 만든 공간 또한 마찬가지다. 변화무쌍하게 동작을 할 수 있고 골도 넣는 것이다.
곧 그곳이 창조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그릴까? 어떤 모습을 그릴까? 고민하기보다는 보는 이에게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답일 것이다. 운동장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일이나 화폭에서 생각의 길을 이어주는 것이나 똑같다.
내가 오늘 깨달은 한마디는
'작가는 해석의 공간을 제공하는 존재일 뿐이다.'
좋은 작품이 시대를 넘어 꾸준히 재해석되고 또 다른 모습으로 창조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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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뫼 점심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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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뫼사진
강화갯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