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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간절하던 알바도 오늘부로 끝인가? 근 한 달, 정도껏 해봤다. 오늘은 월요일인데도 내가 할 일이 없다고 한다. 휴일처럼 자유시간이 생겼다. 기회다.
작품에 몰두할 시간이다.
평생 작업실에만 출근하면서 나를 작품에 던진다면 명작(스스로 만족할) 한두 점은 만들고 죽지 않을까 했었다. 너의 소원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늘 맘속으로 '전업작가'라 답하곤 했다. 과연 그럴까? 작업실에만 묻혀 산다고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님을 요 근래 깨닫는다.
작품은 작가가 처한 시간과 공간이 어찌 놓였느냐가 아니라 작가의 간절함이 빚어낸 결과라는 결론이다.
소위 기억에 남는 작가나 사상가가 시간이 많고 적고가 아니라 그들의 간절함이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말로 알려진 부자집안 천재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란 책도 1차 대전 참전 중에 전쟁터에서 집필했다는 말이 있다.
아무튼 작가가 몸이 후끈 달아올랐을 때 나오는 결과물이 작품이란 결론이다. 작품을 작가의 배설물이라면 다 때가 있다는 말이다. 세상을 알아먹고 익혀 먹고 배워 먹은 그 모든 것이 결국 말이건 글이건 그림으로 배설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생각이나 감각의 단초를 숙성시켜 결정의 순간을 만드는 것, 작가의 몫이겠다.
그나저나 오늘 일요일 같은 월요일 까작까작 붓도 놀려보고 종이도 붙여봤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많다고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리고 싶은 간절한 그 무엇이 있던 젊은 시절 날밤 새며 그림을 그려도 졸리지 않았다. 이제 그리고 싶은 것이 없어도 새벽에 눈이 말똥말똥한 나이가 되었
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작품의 가치와는 완전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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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1889-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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