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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모임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섰는데
대문간에 낙엽을 한가득 담은 비닐봉지가 놓여있다.
그것도 두 개나. 아침에 차에 싣고 시골 작업실로 가져가라는 뜻일 게다. 나무에 달린 이파리가 아직 많으니 앞으로도 몇 차례 더 할 일이다. 우리 집 낙엽치우기는 김장철 즈음이면 꼭 하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조그만 서울집 마당에는 단풍나무가 한그루 있다. 결혼기념일 식수였으니 그동안 내 나이만큼 크게 자랐다. 여름이면 지붕을 그늘로 덮어주니 남들보다 냉방기를 덜 켜고 살기는 한다. 하지만 주로 밤에 들고 새벽에 나서는 나는 단풍구경은 제대로 못하면서 낙엽치우기는 꼭 해야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도시에서 집 마당이나 거리의 낙엽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은행잎은 약품 원료로도 쓰인다지만 결국 대부분의 가로수 낙엽들은 쓸어 담아 시골 산이나 들에 거름으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효석 선생의 수필처럼 낙엽을 태우다가는 소방차 출동을 부를 것이다. 이제 도시의 낙엽은 하수도를 막는 쓰레기 정도로 취급받는 신세가 되었다.
어디서든 대접받는 자리에 있지 못하는 존재는 슬프다. 환경이 바뀌고 용도가 달라지면 사물이건 사람이건 버림받기 마련이다. 눈치껏 물러나야 한다. 특히 사람은 나이 들수록 자기 자리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푸른 잎으로 누구보다 울울창창한 시절을 보냈고 이제 아름다은 색으로 치장을 했다 하여도 낙엽은 낙엽일 뿐이다.
과거에 연연하지 마라. 낙엽의 덕목은 지금 이 순간 세상의 거름이 되는 것 외에는 없다. 그보다 훌륭한 마무리가 어디 있는가. 아! 어느 여고생이 들고 있는 시집에 책갈피가 되는 것도 멋진 일이긴하겠다.
나무는 가을이면 잎을 끊어내는 의식을 통해 단단한 나무로 거듭난다. 나무다워지는 것이다.
사람도 때가 되면 사람답게 거듭나야 되지 않겠나. 그러고 보니 세상에서 물러날 때를 제대로 모르는 존재는 인간뿐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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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뫼 낙엽 치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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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ㆍ발음 비슷하다고
낙엽을 제발 정치인 아무개로 돌려 읽지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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