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힘든 일도 많고 아쉬운 일도 있고 후회도 있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있다.
책인데 그놈의 책은 제대로 읽지도 못하면서 사들이기도 하고 날개도 없는데 여기저기서 날아온다.
책장을 벽에 두르고 제대로 정리한다고 하면서 말뿐이다. 좁은 집에 부피가 늘어나면서 묶어 시골 컨테이너에 던져 놓은 것이 태반이다.
여름 지나면 책이 눅눅해지고 곰팡이도 핀다.
그렇다고 한 권 한 권 깊이 있게 읽지도 못한다.
생각나서 읽으려고 찾으면 어디에 두었는지 모른다.
다시 구입해 읽다 보면 어디서 튀어나와 같은 책이 두세 권이다. 헌책방에 가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읽어야 할 것 같아 싼 맛에 사지만 그때뿐 제대로 읽지 않는다.
책을 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그냥 엮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알기에 버리지도 못한다.
나에게 책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 떼기다. 살면서 완벽하게 읽어낸 책이 과연 몇 권이나 될까? 읽으면 뭐 하나 그때뿐 내 것으로 만들어 나름의 사유로 뱉어내지도 못한다. 잘못 읽어 작가를 왜곡하기도 한다. 특히 철학책. 이해가 안 되면 번역가 흉도 본다. 어려운 책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아무튼 제대로 소화를 못하니 아직도 내 마음이 사막인 이유다.
그나저나 또 묶어가지고 내려가야 하나 방구석에 또 빌딩을 쌓고 있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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