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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세월

칡뫼 2025. 2. 13. 10:43


12월 3일 이후 근 두어달여 상쾌하지 못한 세월이다. 지인과 술을 마셔도 마실 때뿐 생활공간에 돌아오면 왠지 개운치 않은 것이다. 민주 헌정을 파괴한 수괴를 겨우 체포하고 어렵사리 구속하고 이제야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체한듯한 불안은 사태가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전시를 끝낸 지 얼마 안 됐지만 작품구상을 위해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새해 들어 작품을 위한 드로잉도 몇 점 했지만 아직 화판에 붓을 대지 못하고 있다. 내란 사태 후 상황이 정리되지 못한 데다 이 시절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나름의 답을 얻어야 작품에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이번 내란을 계획 주동하고 추종한 이들은 모든 분야에서 똑똑하고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 아닌가? 서울대 출신에다 외국 유학파에 육사다 경찰대다 공부 잘한다는 대한민국 인재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려 했다. 무엇을 배웠단 말인가? 무언가 잘못 배웠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면 배운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국말에서 '배우다'는 '배다'에 바탕을 둔 말이다. '배다'는 물고기가 알을 배다. 사람이 아기를 배다. 일이 몸에 배다. 등으로 쓰인다. 한편 '화선지에 먹물이 배다'처럼 '배다'는 '물들다'와도 관계가 있는 말이다.
'배다'에서 '배이다' '배우다'란 말이 나오는데 '배이다'는 배게 되는 것이고 '배우다'는 하게 하는 것으로  '알다' '익히다' '외우다' '본받다' 등이 있다. 배우는 것은 결국 세상이치를 깨닫는 일이다.
< 한국말학자 최봉영 >

배우는 일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학생이라 부른다. 결국 '몸과 마음에 배어드는 것'이 무언지 아는 임자가 제대로 된 학생이다. 즉 깨달은 사람이다. 여기서 '깨닫다'는 깨어 이치에 닿은 상태를 말한다. 반대로 배우는 것이 뭔지 모르고 학교를 다닌 사람은 단어 외우듯 지식과 스펙만 쌓았지 세상 이치를 깨닫지 못한 존재가 된다.

결국 지금 일어난 사태는 지식만 쌓아 세상에 나온 가짜 학생들이 벌인 일이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지식만 쌓았지 줏대와 잣대조차 없는 자들이 탐욕에 젖은 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잘못 배어든 사고로 동조자가 된 것이다.

나 또한 70년대 1등 주의 학벌주의의 세례를 받고 학교를 다닌 존재다. 당시 오로지 좋은 대학 만이 출세의 보증수표였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유행 했으며 3대 고시(사법 행정 외무)만이 계층을 뛰어넘는 지름길이던 시절이었다.
그 전통은 계속 유지되어 80~90년대 까지 이어졌다. 강남학군이며 중고등학교 이전 등 교육 문제는 부동산까지 흔들었다. 지금 내란세력들이 대부분 그 학번이다. 잘못 배우고 잘못 가르친 결과다.

한국말에서 우리라는 아름다운 말이 있다.
울타리 '울'에서 나온 말로 '함께, 더불어'를 상징한다. '우리 학교' '우리 동네' 모두 우리가 되면 한편이다.
하지만 우리 속에는 지켜야 할 덕목, 룰이 있다. 커다란 우리 대한민국에서 그것을 최소한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 헌법이다. 이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에서 내쳐질 존재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다. 공동체를 유지해야 한다. 함께 할 수 없다면 추방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로서 우리답게 살기 위해서다.



우상의 벌판
324.4X130.3cm
한지 먹 채색
칡뫼 김구


12월 14일 여의도 탄핵 집회
<연합통신>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