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약소국의 비애

칡뫼 2025. 3. 4. 18:42


어느 순간 내가 사는 현재의 이야기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연유에는 끔찍한 전쟁을 겪었으면서도 제대로 된 전쟁화 한 점 남기지 않은 선배화가들에 대한 반항도 있었다. 그림은 현실과 유리된 존재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림은 과연 뭐란 말인가? 단순하지만 나를 사로잡는 질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리게 된 것이 분단서사다. 남북 분단은 이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이며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안목으로 소위 열강들의 행위도 들여다봐야 했다.  작금의 세상이야기에도 관심을 놓지 못하게 된 이유다. 대한민국의 현 상황 또한 세계질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미국에서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회담이 있었다. 러우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이었는데 생방송 녹화 덕에 강자의 논리와 약자의 처절한 몸부림을 볼 수 있었다. 트럼프는 발톱을 감춘 매의 논리였고 옆에서 깐족대는 부통령 모습은 누구와 닮아 보여 놀랬다. 젤렌스키는 굴욕을 맛보면서도 버티는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회담은 모든 것을 다 걸라는 도박판이 따로 없었다. 알려지기론 당장 종전(국토를 빼앗긴 상태로)과 전비 대신 광물채굴권(미국이 참여하니 안전보장 된다는)을 내놓을 것이며 더 이상의 안전보장 확약은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침략국 러시아와 푸틴에 대한 면죄부였다. 결국 약소국이 가진 마지막 카드, 자존심으로 버티다 회담은 결렬되었고 가뜩이나 힘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바라던 종전의 꿈도 일단 사라지고 말았다.

젤렌스키는 강대국에 당당하게 맞선 지도자로 애국주의를 부추겨 나름 선거에 유리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 없이는 전쟁을 이끌 수 없는 유럽 최빈국 신세가 처량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행패에 못마땅한 나토 유럽국들도 동정은 하지만 도와줄 여력이 안된다. 나는 생중계된 이 회담을 보면서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선조들 생각도 나고 승전국들이 세계를 멋대로 재단한 얄타회담도 떠올랐다. 즉 힘이 없으면 죄인이 되는 것이 세계질서인 것이다.

우리는 전쟁 후 누구보다 열심히 산 결과 산업화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적 지표에서도 정도껏 앞서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 국가들은 늘 위협이며 관계설정에 힘을 쏟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십상이다. 멋모르고 믿었던 미국도 이제 조폭 논리를 세계질서에 대입하고 있다. 미국우선주의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전쟁) 지원을 해 주고는 돈을 내란다. 돈이 없으면 담보로 광물채굴권을 내놓으란다. 우리에게 주한미군 주둔비를 더 내라고 했던 논리와 같다. 도덕적으로 미국은 세계의 리더 자격을 상실한 지 오래다. 광화문에서 성조기 들고 헤매는 미련한 짓은 제발 그만두자.

역사 속에서 우린 늘 주변국기들의 동향을 살펴야 했다. 이제는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살아남는 세상이 되었다.
잠시라도 멈추면 뒤처지는 첨단 과학문명의 시대에 전근대적 미친 사고에 젖은 자가 얼마 전까지 나라를 이끌었다.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개인 왕국을 만들려 했다. 이런 자를 추앙하는 좀비들도 생겨났다. 병을 옮기는 코로나보다 무서운 것이 정신을 좀먹는 개인 욕망주의와 집단 파시즘이다.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그 예 아닌가. 이들은 사람 죽는 걸 하찮게 여긴다. 이태원 참사, 채해병 사건에 이어 이번 내란사태의 기획을 보면 알 수 있다. 문명 속에 사는 야만인들이다. 끔찍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대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어찌해야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할 때다.

칡뫼 러우회담을 보고




자화상

반가사유

야만시대 종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