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하면 떠오르는 것이 <소그라테스의 변명>이다. 누구나 알듯이 이 변명은 소크라테스가 재판을 받으며 설파한 변론을 제자인 플라톤이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이 없었다면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깊이 이해하는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거나 또 다른 왜곡된 존재로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살면서 수많은 행적을 남기는데 후대가 그를 기억하는 방법은 오로지 기록에 의지할 뿐이다. 해서 기록은 적확하여야 하며 진솔해야 그 가치가 높다 할 것이다. 더군다나 시대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 아픔을 온몸으로 돌파한 민족의 선각자나 사상가, 운동가, 학자, 예술가, 문인들의 행적은 말해 무엇하랴!
여기 암울한 시기에 태어나 누구보다 감수성이 뛰어나고 천재성이 빛나던 문인이며 시대의 비평가가 있다. 그 이름
'임화'다. 임화는 일제강점기를 관통한 누구보다 뛰어난 문인이었으나 남북 분단 이데올로기에 희생되어 남쪽에서는 윌북한 존재로 기피인물이 되었고 북에서는 미제스파이로 몰려 희생된 비운의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 시와 산문, 문학 전반에 걸친 저술은 가려질 수가 없었다. 특히 시대현실을 관통한 그의 미학은 서정을 뛰어넘는 서사가 꿈틀거린다. 즉자를 넘는 대자적 시선이다.
그를 깊이 존경하고 흠모한 사람 중에는
시인 김수영이 있다. 운명의 고리인가! 이어 김수영을 사랑하여 그의 작품을 깊이 연구하다 시인 이전에 세상을 톺아 보았던 철학자로 김수영을 이해한 늘샘 김상천이 있었다. 해서 출간한 책이 <철학자 김수영>이다. 칡뿌리를 캐다보면 길고 깊어 어딘가 끝인지 모를 때가 있다. 학문을 연구하고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줄기의 끝이 가없다. 늘샘 또한 그랬다.
김수영을 공부하니 김수영이 흠모한 임화를 발견한 것이다. 젊어 대학시절 임화를 감동으로 만났던 기억이 소환되며 시인 임화를 깊이 연구하게 되었다. 사랑은 열매를 잉태하는 법. 그 결과로 <청년임화>가 출간되었다. 하지만 갈증이 풀리지 않았을까. 어느 순간 임화 선생의 모습이 왜곡된 현장을 발견하고 만다. 마치 사건 현장을 접수한 수사관이랄까. 명망 있고 문학의 권력이 된 자들이 벌인 광란의 칼부림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쉽게 상대를 치부하고 적당히 감춘 저술에 일격을 가했다. 진실을 밝히는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심정이 이번 책 <임화를 위한 변명>을 집필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그림자 속에 묻혀 자세히 보아야 보이던 존재, 아는 사람만 알아봤던 인물 임화를 양지로 끌어낸 작품이다.
진실로 조선의 양심이었던 문인, 암울하 시대의 틈바구니에 끼어 희생된 억울한 영령을 위한 헌사다. 세상이 밝아졌어도
억울한 원혼들은 아직도 많고 많다. 제주 4.3 희생자가 그렇고 5.18 광주 영령도 있다.
우리 스스로 외세에서 유입된 이데올로기로 우리의 자랑거리를 죽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이다. 그런 관점에서 늘샘 김상천의 작품 <임화를 위한 변명>은 내용 외에도 또 다른 큰 의미를 품고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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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샘 김상천의 <임화를 위한 변명> 출간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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