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마지막이겠지! 분명 마지막이다 하던 광화문 미술행동 깃발 날리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결국 마지막 관문이라 믿던 헌재에 또 속은 것이다. 온 국민의 믿음은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어제도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 하며 깃발을 챙겨 광화문으로 향했다.
인사동 화구점에 들러 필요한 필묵을 구입하고 미술관 일을 본 뒤 안국역으로 이동했다. 시애틀동포들이 성원으로 보내준 따끈한 핫도그와 프랑스교민들이 후원한 이동식 커피점도 있다. 맛있게 먹고 감사를 표했다. 온정 어린 음식과 광장을 채우는 시민덕에 광풍이 몰아치는 날씨도 견딜만했다. 차가워진 날씨지만 분명 봄이 녹아 있었다.
다시 모인 화가들과 함께 깃발을 깃대에 달고 행진했다. 마치 절정에 달한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어제는 어느 때보다 바람이 강했다. 강한 바람에도 중심을 놓지 않고 매달려 흔들리는 깃발이
대견하다. 그 강렬한 떨림이 온 몸에 전해졌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시민 대중들의 바램이 결국은 길을 냈다. 내가 태어난 시절은 이승만 독재정권이었고 그 뒤 다시 군사정권이 이어졌지만 모두 헤쳐 나와 직선제 민주정부를 이루었다. 강물이 바다를 향하듯 역사는 엉키고 뒤섞일지언정 방향성을 잃은 적은 없다.
어디서 윤가 패거리 따위가 역사를 역류시키려 하나. 피 끓는 열정 진실된 행동만이 막힌 혈을 뚫는다. 이제 누가 거름이 되느냐의 순간일 뿐이다.
작업실에 오는 길 진눈깨비가 살짝 날렸지만 여전히 한강은 흐르고 있었다.




